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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학생 살인 박대성, 약자 고른 비겁한 남성" 추정
오윤성 교수 분석...친형 "동생이 죽어버리겠다고 했다" 119에 신고
살인 혐의 피의자 박대성의 얼굴. [연합뉴스]
피의자 박대성이 4일 오전 순천경찰서를 나와 호송 차량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박대성 기자.

[헤럴드경제(순천)=박대성 기자] 지난 달 26일 심야시간대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학생(18·검정고시 대입준비생)을 가격해 숨지게 한 박대성(30)이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된 가운데 그의 좌충우돌 행동패턴이 통상적이 범죄 수법과 다른 양태를 보이고 있다.

▲살인 대상자를 물색해서 선택적으로 범행한 점 ▲범행 뒤 도주하다 벗겨진 신발을 갈아신기 위해 700m 떨어진 자신의 가게로 이동해 운동화를 착용하고 나온 점 ▲여학생 살해 이후에도 술집에서 혼자 소주를 추가로 마신 점 ▲사건 발생 20분 전에 경북 경주에 사는 친형으로부터 자살 의심 신고를 받은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누군가를 죽여 버리겠다'며 주방 흉기를 감싸고 나온 박대성은 처음부터 여학생을 노린 범행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흉기를 소지하고 범행대상을 고르려 서성거릴 때 그를 손님으로 인식한 택시기사가 멈춰 창문 사이로 대화를 나눌 당시 박대성은 흉기를 허리춤에 감추고 허리를 숙인 채 택시기사한테는 "그냥 가시라"며 짧은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택시기사를 돌려 보낸 뒤 가방 멘 여학생이 그 곳을 지나가자 그녀를 800m 정도 뒤쫓아가 가로등 불빛이 어두운 곳에서 살해했다.

경찰 발표에 의하면, 원한이나 금전 거래 관계가 없음에도 박대성은 이미 의식을 잃어가는 피해자를 수차례나 휘둘러 공격했다고 한다.

당시 피해자 A양은 자신을 미행하는 남성의 낌새를 눈치 채고 친구에게 전화해 "웬 남자가 쫓아온다. 무서워 죽겠다"며 통화 중 종종걸음으로 걸었지만 끝내 변을 당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4일 SBS '궁금한 이야기Y'에서 "박대성은 택시기사를 그냥 보내고 약한 상대의 피해자를 고르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여진다"며 "또한 살해 사건 이후 흉기를 버리지 않고 갖고 다닌 것은 또 다른 범행 대상을 찾으려는 과정에서 다른 남성과 시비가 붙었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될 당시 저항도 안하는 것으로 봐서 상당히 두려움이라던가 자기 보호가 강한 비겁한 형태의 남성"이라고 분석했다.

범행 당시 슬러퍼 차림이었던 박대성은 "살려달라"는 목소리를 듣고 목격자가 다가오자 도주하면서 신발을 분실한 채 맨발로 이면도로 모 종합병원 방향으로 뛰어갔다.

범행 이후 박대성은 맨발로 사건 현장에서 700m 가량 떨어진 자신의 식당으로 되돌아가 운동화를 신고 다시 길거리를 배회했고 흉기도 계속 소지하고 있었다.

이후 거리를 떠돌다 2차로 술집과 노래방에 차례로 들러 술을 마시는 등 경찰에 쫓기는 신분의 살인혐의 용의자의 행동이라고 보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사건 발생 20분 전에 경북에 사는 고향 친형으로부터 자살 징후 의심 신고를 받은 점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19 신고를 받고 출동한 관할 지구대 경찰관 4명이 가게를 방문할 당시 그는 자신의 식당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으며, 상담 과정에서 "죽어버리고 싶다고 말한 것은 괜히 해본 소리다. 괜찮다"는 취지로 답변했고 태도 또한 고분고분했다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그와 5분 정도 면담을 마친 경찰이 자해 정황도 없어 '특이 사항이 없음'으로 종결 처리하고 돌아갔는데 이후 박대성은 살인할 결심이 섰는지 흉기를 들고 나와 끝내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

출동한 경찰이 폭력 전과가 수회 조회되고 배달장사도 접은 박대성을 요주의 인물로 보고 순찰 강화 등을 강화했더라면 하는 사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순천시 모처에 있는 박대성의 식당이 사건 이후 천막으로 가려져 있는 가운데 3일 누군가에 의해 "죽어, 뒈져(디져)"라는 저주의 글이 새겨져 있다(왼쪽). 이후 건물주가 4일 서둘러 글씨를 지우는 등 쓰고 지우는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

박대성이 검거된 것도 다른 남성과 시비가 붙었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는 점이다.

살인 사건 이후 박대성은 만취한 채 주차된 차량을 발로 찼다가 이를 목격한 차주와 몸싸움 시비가 붙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그의 인상착의가 포착 돼 검거됐다.

경찰은 살해 당시 CCTV 화면에는 슬리퍼 차림이었는데 행인과의 시비로 출동했을 때는 운동화를 착용하고 있어 동일인물인지 여부를 놓고 잠시 혼동했으나 목에 새겨진 문신자국 등을 근거로 박대성을 긴급 체포했다.

박대성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장사도 안돼 소주를 네 병 정도(본인 주장) 마셨다. 범행 상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해 왔다.

주방장 출신인 박대성은 과거에도 폭력적인 성향을 보여왔으며 5년 전 순천에 새롭게 정착해 살다가 3개월 전 찜닭집을 개업했지만 주문이 별로 없었고 장사가 잘 안돼 생활고를 겪어 왔으며 사귀던 여자친구와 자주 다퉜다고 한다.

순천경찰 형사과 관계자는 "피의자 박대성은 자신이 평소 음주 시 폭력성이 있으며 이성 문제, 경제적 문제 등으로 그 날 술을 많이 마시고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면서 자세한 범행 상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박대성을 송치한 경찰은 그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이상동기(묻지마) 범죄'로 수사 결과를 판단하고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됐다 송치에 앞서 4일 포토라인에 선 박대성은 비교적 왜소하고 깡마른 체구였으며 그의 목에는 턱수염을 연상시키는 도깨비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한편, 경찰은 신상정보공개위원회를 열고 수단의 잔인성, 중대한 피해, 국민의 알권리, 재범 방지 등을 고려해 박대성의 신상과 나이(1994년생), 머그샷 얼굴 사진 등을 전남경찰청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parkd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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