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평양에서 북러정상회담을 갖고 반미를 고리로 북러관계가 새로운 밀월관계에 진입했음을 선언했다. [AFP]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평양에서 북러정상회담을 갖고 반미를 고리로 북러관계가 새로운 밀월관계에 진입했음을 선언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평양에서 열린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러시아는 수십년 간 미국과 그 위성국의 패권적, 제국주의 정책에 맞서 싸우고 있다”면서 “양국 간 소통은 평등과 상호이익에 관한 존중을 기반으로 한다”고 말했다고 스푸트니크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작년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결과로 우리는 오늘날 양국관계 구축에 있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며 “오늘 장기적으로 양국관계의 기초가 될 새로운 기본문서가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핵·탄도미사일 개발과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으로 국제무대에서 고립이 심화된 가운데 북러관계를 재정비하고 격상하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한다.

양국의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구체화한 ‘평양선언’이나 공동성명을 내올 가능성도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00년 7월 첫 방북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조로공동선언’, 이듬해인 200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러 때 ‘모스크바선언’을 발표하며 한국과 소련 수교 이후 냉랭해진 북러관계를 복원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방북에 앞서 전날 노동신문 1면에 게재된 기고문을 통해 상호 결제 체계 발전, 미국 중심의 일방적 제한조치 반대, 유라시아의 평등한 안전구조 건설 등을 제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김 위원장에게 “우크라이나 정책을 포함해 러시아 정책에 대한 일관되고 확고한 지지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회담에 앞서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국빈 방문 공식환영식에도 참석했다.

김일성광장에는 의장대가 도열한 가운데 꽃을 든 평양 주민들이 자리했다.

광장 곳곳에는 북한과 러시아 국기와 함께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대형 초상화가 걸렸다.

환영식에서는 최선희 외무상과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정경택 인민군 총정치국장, 리일환 당 비서, 그리고 김여정 당 부부장의 모습이 식별됐다.

김 위원장은 이날 새벽 2시22분께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푸틴 대통령을 영접하고 대통령 전용차에 동승해 숙소인 금수산영빈관으로 함께 이동해 직접 안내한데 이어 환영식에서도 극진한 환대를 이어갔다.

푸틴 대통령은 다음 북러정상회담은 모스크바에서 열리기를 기대한다며 김 위원장과 정상외교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애초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초청으로 18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평양 도착이 늦어지면서 ‘당일치기 방북’에 그치게 됐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2000년 7월 이후 24년 만이다.

지난달 집권 5기 시작 이후로는 중국과 벨라루스, 우즈베키스탄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 해외 방문이다.

북한으로서는 2020년 코로나19로 국경을 폐쇄 한 이후 첫 해외정상 방문이기도 하다.

한편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는 데니스 만투로프 제1부총리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국방장관,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천연자원장관. 미하일 무라시코 보건장관, 로만 스타로보이트 교통장관 등이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