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대교 건설 지휘 장승국 삼성물산 현장소장
한강 최초의 비대칭 사장교 관심“지시보다는 확인” 안전 최우선 신조
내부순환도로에서 성산대교로 이어지는 길은 언제나 짜증나는 상습 정체 도로다. 서부간선도로와 공항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산대교를 거쳐야 하는 구조적 요인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마포구 상암동과 영등포구 양평동을 잇는 왕복 6차로의 월드컵대교를 발주, 현재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한창 시공 중이다.
지난 27일 현장에서 만난 장승국(57·사진) 월드컵대교 현장소장은 그저 고맙고 기쁘다는 말부터 전한다.
그는 “건설기술자로서 대형 프로젝트를 맡는 데서 얻는 기쁨은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 보람에 버금간다”고 했다.
더구나 장 소장에게 월드컵대교는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터널과 교량 전문가인 그는 현대건설에 입사한 뒤 1995년 삼성물산 건설부문에서 새 둥지를 틀었다. 직장을 옮기자마자 그가 맡은 사업이 내부순환도로 내 홍지문터널이었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나 내부순환도로의 끝자락에서 월드컵대교의 건설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월드컵대교는 그의 건설경력의 방점을 찍는 사업지이기도 하다.
사실 장 소장은 지난해 정년을 맞았다. 하지만 정연주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은 그의 정년을 연장해주고 월드컵대교의 시공을 맡겼다. 장 소장이 가진 현장의 경험을 높이 산 것이다.
장 소장은 “정년을 연장해준 회사의 배려에 공사를 맡으며 마치 제2의 인생을 사는 것과 같은 행복과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실상 한강의 최후 시공 다리일 가능성이 높은 월드컵대교는 한강 최초의 비대칭 복합 사장교로 관심을 모은다. 100m 높이의 주탑은 바닥에서 78도가량 기울어져 있다.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비대칭 사장교로 짓게 된 배경을 묻자 장 소장은 “월드컵대교의 시작과 끝은 곧 디자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주탑에는 학과 청송의 이미지가 투영돼 있다”고 귀띔했다.
월드컵대교는 현재 가물막이 공사가 한창이다. 공정률은 3.6% 선이다. 가물막이란 주탑의 기초부분인 우물통을 짓기 위한 울타리와 같다. 혹한의 날씨에 한강이 꽁꽁 언 가운데서도 그는 늘 현장을 찾는다. 현장소장으로서 ‘지시는 5%, 확인은 95%’라는 그의 소신 탓이다. 그리고 이런 그의 철학은 안전사고 예방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심지어 그는 “미신이겠지만, 사고 예방을 위해 혹여나 하는 우려감에 한여름 보양식도 거부한다”고 했다.
장 소장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두보의 시를 읊었다.
“눈 덮인 길을 걸어갈 때 어지러이 걷지마라. 오늘 나의 발자국은 뒷사람들의 이정표가 될지어니.”
81년 토목건설인의 여정을 시작한 대선배는 어느덧 선진 대열에 올라선 국내 토목기술의 현주소에서 상당한 보람을 느끼는 듯했다. 그는 후배에게 “열정을 갖고, 계획보다는 실행이 중요하다”는 조언을 하며, 2015년 다리가 완성돼 많은 이가 편리하게 강남북을 소통하는 미래를 그렸다.
정순식 기자/ sun@heraldcorp.com
사진=정희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