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일본 국가 신용등급 강등은 국내 증시에 양날의 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국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당분간 엔화 표시 자산에 대한 글로벌 투자 심리의 위축은 불가피한 반면 일본 수출 기업들은 엔화 약세라는 선물을 받았다고 평가한다.
이런 이유로 세계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국내 수출 기업에는 악영향이 우려된다. 엔화 대비 원화의 상대적인 강세는 정보기술(IT), 자동차, 화학, 조선 등 수출업종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질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번 사태가 선진국의 재정적자 이슈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면서 심리적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남유럽 국가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지는 않겠지만, 미국을 비롯해 국가 채무 문제가 심각한 선진국까지 신용등급 우려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무디스는 향후 2년안에 미 신용등급(AAA)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27일 경고했다. 무디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미 정부 재무 지표의 최근 동향과 전망을 보면 위험 수위가 아직 작지만 높아지고 있으며, 향후 수년간 지속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유동성 면에서 국내 증시의 반사이익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형중 우리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신용등급 강등으로 올해 엔 캐리 트레이드 부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선진국의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유동성이 풍부한 가운데 신흥시장 및 원자재에 대한 투자 전망도 밝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재는 중국 긴축 및 신흥국 자본 규제 등 캐리 투자를 억제하는 요인도 있는 만큼 캐리자금의 이동은 오는 2분기부터 가시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번 일본 신용등급 강등 소식에도 당분간 일본 펀드 환매는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국내 일본 펀드의 총 설정액은 지난 3년간 총 8762억원이 줄어 5498억원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연초 이후 2% 반짝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최근 3년 수익률은 -35.35%로 부진한 모습이다.
김용희 현대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전일 장중 신용등급 강등 소식에도 일 증시가 상승, 악재를 견뎌냈고, 지난 19일까지 일본 증시에서 글로벌 자금의 이탈도 없었다”면서 “저평가 매력과 함께 한풀 꺾인 엔화 강세로 기업 실적이 호전되고 있는 데다 재정 악화는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어서 대규모 자금 유출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어 “인플레 압력이 큰 이머징 대비 선진국 증시의 우위는 적어도 1분기까지 유효할 것으로 보여 당분간 펀드 가입을 유지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도 “일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 회복으로 일 경제 사정이 지난해 말 이후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일 증시의 반등세는 연장될 수 있다”면서 “섣불리 환매에 나서기보다는 잠깐의 기술적 반등인지, 디플레이션 탈출의 본격 신호탄인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