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9일까지 쉴 수 있었던 긴 설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직장인들이 연휴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는 불규칙한 생활 습관을 출퇴근 시간에 맞게 조절하는 것. 연휴 동안 매일 TV시청이나 술자리 등으로 밤 늦게까지 놀다 잠들었던 직장인들은 갑자기 일찍 일어나야 하는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손모(40)씨는 7일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회사에 지각하는 꿈까지 꿨다”며 출근에 대한 부담감을 전했다. 트위터에는 6일 일찍 자려고 누웠지만 잠을 못 이루고 늦게까지 뒤척였다는 직장인들의 글이 속속 올라왔다.
긴 연휴를 이용해 외국으로 여행을 다녀온 직장인들은 여독도 풀지 못하고 바로 출근해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국내에서 명절을 보낸 다른 동료들 앞에서 피곤하다는 내색도 할 수 없는 이중고를 맞았다. 필리핀 세부로 여행을 다녀온 은모(31)씨는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한 두살배기 딸을 돌보느라 여행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연휴가 길어 일찌감치 시댁에 가서 음식 장만을 거하게 했다고 푸념하는 직장 동료 앞에서 여독 타령을 하기가 미안해 아무런 내색도 하지 못했다.
연휴 내내 마음껏 먹어댄 기름진 음식에 몸무게가 불어난 직장인들은 비상이 걸렸다. 박모(30)씨는 “새해 목표가 다이어트였는데 오히려 연휴 사이에 몸무게가 늘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간식을 절제하고 식사량을 줄이려 했지만 어른들이 권하는 음식을 마다할 수 없어 하나 둘 먹다보니 살이 더 붙었다는 것이다. 박씨는 “연휴 동안 고기를 실컷 먹었으니 앞으로 식단에서 고기를 제외하고 틈틈히 운동을 해 살을 빼겠다”며 열의를 불태웠다.
직장인들은 긴 연휴의 후유증을 호소하면서도 다시 없을 황금휴가가 지나간 것을 아쉬워했다. 올해 법정공휴일이 많다 해도 이번 설 연휴처럼 길게 붙여 쉴 수 있는 휴일은 더 이상 없다. 추석 연휴도 기껏해야 토요일(오는 9월 10일)부터 화요일(13일)까지 4일을 쉴 수 있을 뿐이다.
직장인 김모(35)씨는 “연휴가 길어도 집안 행사 챙기다보면 정작 맘 편히 쉴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은 것 같다”며 “대체휴일제가 빨리 시행되서 직장인들이 온전히 재충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도현정 기자@booung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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