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하나 승부 2R 전망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최근 언론과 만나 우리투자증권 분리매각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해 7월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우리금융와 우리투자증권 ‘묶음 매각’ 방침을 정한 지 6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KB금융과 하나금융 등 증권부문 강화가 필요한 금융지주사들의 행보에 다시 시장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당장 우리투자증권 주가는 7일 폭등세다.
김 위원장은 금융정책 최고당국자인 동시에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공동위원장이며 위원회 운영을 맡고 있다. 우리금융 매각 방향에 대한 결정적 키를 쥐고 있는 셈이다.
우리투자증권이 분리매각될 경우 당장 인수에 나설 수 있는 곳으로는 KB금융지주가 단연 ‘1순위’다. 이미 우리금융 민영화 참여 포기를 선언한 데다 은행보다는 증권 등 비은행 부문 강화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어윤대 회장도 지난해 취임 이후 줄곧 대형 증권사에 대한 인수 관심을 노골적으로 밝혀왔다. 한때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해 준비했던 자금이 6조원에 달했을 만큼 ‘실탄’도 충분하다. 우리금융의 우리투자증권 지분율은 34.96%로 현재 시가총액 3조원 가운데 1조원 수준이다. 10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더라도 2조원이면 충분히 인수 가능하다.
하나금융도 증권 부문 강화에 군침을 흘릴 만하다.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한다면 단숨에 증권업계 1위로 뛰어오를 수 있다. 다만 외환은행 인수에 외부 자금까지 끌어들이는 형편임을 감안하면 인수자금 마련이 녹록지 않다는 게 단점이다.
대우증권을 품고 있는 산은지주도 외견상 후보가 될 수 있지만 수신기반 강화를 위한 시중은행 인수가 더 시급하다는 게 걸림돌이다. 신한지주의 경우 경영진 간 내홍을 겪은 뒤인 데다, 이미 LG카드 등 굵직한 인수ㆍ합병(M&A)을 통해 비은행 부문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참가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관측이다.
익명을 요구한 A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우리투자증권 매각 방향은 그 자체의 무게보다는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이라는 중력에 따른 종속 변수다. 우리금융 인수전에 증권사가 필요한 곳이 뛰어든다면 묶어서 팔 수도 있고, 증권사가 필요 없는 곳이 뛰어든다면 떼어내 팔 수도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실제 김 위원장도 “파워풀한 투자은행(IB)이 있어야 한다. 금융기관이 대형화할 필요가 있고 IB를 비롯한 혁신적 금융툴을 행사하는 금융기관들이 세계적으로 커야 한다. 앞으로 초대형 비즈니스를 백업(지원)할 수 있는 IB를 반드시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분리매각 여부 자체보다는 금융기관 대형화와 초대형 비즈니스 지원을 위한 IB 육성이 정책목표가 될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우리투자증권 매각은 이전 ‘분리매각 불가’ 방침이 재검토되는 상황에서 향후 메가뱅크론(論) 재점화 여부와 함께 우리금융지주 인수전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 그림이 그려질 전망이다.
홍길용 기자/ 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