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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업계는 세금탓, 정부는 업계과욕 탓 전가... 운전자 뿔났다
서울 강북구에 사는 회사원 한모(29)씨는 지난 설연휴 강화도에 가족 소풍을 갔다가 자기 동네보다 ℓ당 150원이상 싼 주유소를 발견하고 쾌재를 불렀다. 기름을 가득채우니 간식비를 벌었다. 그는 이를 ‘강화 대첩’이라 했다.

회사원 이모(39)씨는 “가격 싼 곳에 가느라 기름 더 들겠다 싶어 늘 집 근처 비싼 주유소를 갔는데, 계산해보니 5㎞ 떨어진 곳에 있는 50원 싼 주유소를 가면 한달에 1만원 이상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을 해보고 나서 행선지를 바꿨다”며 자신의 치밀한 판단을 자랑했다.

한씨의 강화대첩과 이씨의 자랑에는 그러나 ‘묻지마 고유가’에 대한 서민의 한숨과 애환이 배어있다. 설움에 겨워 흥겹다는 역설이다.

고유가가 국민들을 ‘주유소 노마드(nomadㆍ유목민)’로 내몰고 있다. 싼 곳을 찾아 헤매는 운전자들은 “지난달말부터 국제유가는 하락세인데 왜 국내유가는 계속 오르는지 알수 없다”며 분노를 토해낸다.

서울 강남구의 한 주유소는 지난달 25일 보통휘발유 가격이 ℓ당 1891.94원에서 일주일 뒤인 지난 1일 1893.07원으로 올랐고, 지난 9일에는 1908.30원까지 치솟았다. 서울 서대문구 주유소도 1월중순부터 2월초까지 무려 40원이나 올랐다. 이 주유소의 작년대비 상승률은 12%나 된다.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의 석유시장감시단이 지난 9일 밝힌 ‘2011년 1월 석유시장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세금을 포함한 국내 휘발유 가격은 국제 휘발유 가격 인상분보다 공장도 가격은 ℓ당 40.81원, 주유소 판매 가격은 13.4원 더 인상했다. 세금도 문제지만 정유사의 높은 유통비용도 유가 상승을 부추긴다. 소시모 석유시장감시단은 “정유사는 지난해 12월 마지막주에 59.1원, 지난달 셋째주에 66.8원으로 높은 유통비용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사장은 “이집트 사태 때문에 기름값 올리고 나니 하루 평균 매출보다 100만원이 더 들어와서 그날 직원들과 회식했다”고 과시하기도 했다. 다른 주유소 사장은 “대형 주유소가 가격을 결정하다시피 해서 국제유가가 하락해도 바로 현장에 반영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정유사는 입맛대로 유가를 정하고, 기름값에 반영된 60%이상의 높은 세금을 ‘즐기는’ 정부는 “고유가 잡겠다”고 말로만 떠들어댄다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자영업을 하는 조모(43)씨는 “1990년대 중반 공항,고속철 등 초대형국책사업을 이유로 10년간 한시적으로 메긴다던 현행의 높은 세금구조가 계속 유지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낮춰야 할 세금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국민에 진 빚을 갚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한 주유소가 ‘고객님이 주유하신 기름값은 70%가 세금입니다’라는 문구를 내걸자 이를 본 한 시민은 “그 문구를 보고 대한민국 국민은 ‘봉’이라고 생각했다”며 씁쓸해했다.

회사원 김모(37)씨는 “요즘엔 대통령이 경고해도 일선 주유소는 꿈쩍도 않더라. 당국은 주유소의 묻지마식 가격 인상을 단속하긴 하는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기름값이 가계의 부담을 높이는 물가상승의 주범이라는 점에서 시민들의 아우성은 끝을 모른다. 그 괴물같은 가격구조가 역대정권 방치 속에 유지돼 왔는데, 지금이라도 바로잡는다면 이번 정권은 ‘결단력 있는’ 정부로 기억될 것 같다.

<도현정ㆍ이태형 기자@boounglove>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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