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내전 상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세계 각국이 리비아 인근으로 군함을 파견함에 따라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들 군함의 주 목적은 자국민 구출 및 거대한 난민촌으로 변한 리비아 국경지대의 피난민들의 탈출을 돕는 것이다. 그러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반격이 거세지자 반정부 세력이 유엔 공습을 요청하고 나서면서 미국, 영국 등 다국적 군함이 유사 시 군사작전을 수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현재 키어사지 호와 폰스 호 등 미국 전함 2척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지중해로 들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강습상륙함인 이들 전함에는 해병대 병력 800여명과 헬리콥터 부대원들이 타고 있고 의무시설이 갖춰져 있어 군사작전뿐 아니라 인도적 지원 업무 수행도 가능하다.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 퇴치 작전을 하던 미 핵 추진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 호도 홍해 북부 해역으로 이동해 대기하고 있다.
프랑스는 대형 강습상륙함 미스트랄 호를 파견했다. 미스트랄 호는 프리깃함 조르쥬-레이그 호의 호위를 받게 되며 이 두 척의 전함에 총 800명의 난민이 탑승할 수 있다. 영국 전함 HMS 웨스트민스터 호도 지브롤터를 출발해 리비아 인근으로 항해중이다. 프랑코 프라티니 이탈리아 외무장관도 24~28시간 안에 군함을 파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 청해부대 최영함은 2일 리비아 트리폴리 외항에 도착해 우리 국민 40여명을 태운 뒤 4일 지중해 몰타에 도착할 예정이다.
캐나다는 2일 HMCS샬롯타운을 파견, 미국 함대에 합류할 예정이다. HMCS샬롯타운은 총 길이 134m의 프리깃함으로 225명의 병력과 헬리콥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르면 내주께 미국 키어사지 호와 접선할 것으로 보인다. 피터 맥케이 캐나다 국방장관은 이 구축함이 리비아 해안봉쇄 등 유엔이나 나토의 제재조치가 결정되면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혀 군사작전 수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군사개입에 대해 각 국의 이견이 부각되면서 빠른 시일 내에 전격적인 군사작전 시행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2일 아랍연맹과 나토 회원국인 터키가 리비아에 대한 외국의 군사개입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리비아 상공에 대한 비행금지조치를 추진 중인 서방 내부에서도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다. 영국은 유엔의 위임 없이 조취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이나 프랑스는 유엔 지지 없이는 움직이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하고 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 역시 “나토 내부의 의견일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2일 자 사설에서 “비행금지구역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24시간 초계비행체제를 운영해야 하는 엄청난 노력이 있어야 한다”며 좋은 방안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LAT는 군사력 옵션 이외에 리비아에 대한 상품수출을 금지하는 등 추가로 제재할 방안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찰부는 리비아 유혈사태가 반인류 범죄를 구성하며 ICC가 관할권을 갖는다고 판단, 수사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루이스 모레노-오캄포 ICC 수석검사는 3일 헤이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리비아에서 벌어진 상황이 어떻게 반 인류범죄를 구성하는지와 기소 대상이 누가 될 것인지 등을 개괄적으로 설명할 예정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추에 의해 ICC 검찰부가 수사에 착수하기는 수단 다르푸르 내전에 이어 이번이 역대 두 번째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