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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Buy재팬’ 열풍 뜨겁다
韓-中 작년 ‘日기업 M&A’ 추이보고서 입수분석
유아이, 제약사 온콜리스 인수

신텍도 도쿄화공기 M&A

지난해 하반기만 10여건 성사


中은 범용기술 로엔드 치중

한국은 하이엔드 매물 집중

중견사 30여곳 日기업 물색


“이젠 量보다 質” 뚜렷

정부 펀드조성 적극지원 모색


코스닥 상장사인 이큐스앤자루는 바이오 벤처기업 유아이의 지분 10%를 보유했다가 최근 ‘횡재’를 했다. 유아이의 일본 계열사 ‘온콜리스 바이오파마’가 최근 다국적 제약사 BMS에 임상 중인 에이즈(HIV) 치료제를 2억8600만달러(약 3150억원)에 기술 수출(라이선싱 아웃)했기 때문이다. 유아이는 지난해 국내 투자자문사인 벡스톤글로벌파트너스의 중개로 약 50억원에 온콜리스를 인수했다.

안순길 유아이 사장은 “경기 침체로 일본 벤처기업의 가격이 많이 내려갔다는 정보를 듣고 인수ㆍ합병(M&A) 매물을 물색했다”며 “온콜리스가 훌륭한 신약 파이프라인(개발 중인 제품군)에 비해 말도 안 되게 싼 값에 나왔다고 판단해 발 벗고 나서 인수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의 일본 기업 인수가 궤도에 오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로 급격하게 줄어들었던 일본 기업 인수는 지난해를 분기점으로 해 다시 늘고 있다. 인수 타깃도 주로 부품소재 핵심기술을 가진 기업이 많아 범용기술 기업인수 위주인 중국보다 M&A 내용도 실속이 있다.

이 같은 일본 기업 인수 확대는 최근 한국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고,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타면서 자금이 확보된 데다 새 도약을 위해선 핵심기술 확보가 선결과제로 대두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헤럴드경제가 단독 입수한 지식경제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한국 기업의 일본 기업 M&A 건수는 총 10건으로 상반기(5건)보다 배로 늘었다. 금액도 상반기 64억엔에서 하반기에는 130억엔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엔 코스모앤컴퍼니의 골프업체 마루망 인수와 롯데리아의 일본버거킹 인수 등이 이뤄졌다. 특히 코스닥기업인 신텍이 도쿄화공기를 인수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키로 하는 등 신성장동력 분야의 M&A 성공 사례가 눈에 띈다.

또 한국 자본은 일본 서남단 규슈를 중심으로 골프장과 호텔을 사들이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규슈 지방의 한국계 골프장은 지난달 기준으로 22개나 된다.

지경부의 해외 부품ㆍ소재 M&A 지원 사업 주관기관인 한국부품소재투자기관협의회(KITIA)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총 30여개의 중견기업이 발광다이오드(LED), 2차전지, 전기차 등 분야의 일본 기업에 대한 매물 확보 요청을 하고 있다. 그 중 상당수는 코스닥기업이다.

실제로 동아엘텍, 경남스틸, 세진전자 등 강소 코스닥업체를 중심으로 기술력 확보를 위해 일본 기업 M&A에 나서고 있다.

최충경 경남스틸 회장은 “가업승계가 어려운 일본의 부품ㆍ소재기업을 찾기 위해 현지 답사를 다녀왔다”며 “시너지를 낼 만한 기업이 매물로 나타나면 언제든 바로 인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 재팬은 ‘머니게임’하듯 일본 기업을 사들인다기보다는 일본의 높은 기술력을 습득해 경쟁력을 높이자는 의미가 더 크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속(부품)은 아직 일본 따라가려면 한참 배워야 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바이재팬 본격화는 정부의 지원자금이 탄탄해지고, 리딩투자증권, 벡스톤글로벌파트너스 등 중개기관의 일본 네트워크가 체계적으로 틀을 갖춰가고 있는 데서 힘을 받고 있다.

정부는 올 들어 일본 기업 M&A를 목적으로 하는 펀드를 만들며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국정책금융공사는 총 1400억원을 출자해 최소 2000억원 규모의 ‘한ㆍ일 부품소재기업 상생펀드’를 조성한다.

정책금융공사 관계자는 “이달까지 위탁운용사를 선정해 추가 출자자를 모집하면 5~6월께부터는 본격적인 M&A 작업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지난해 조성한 3000억원 규모의 ‘부품ㆍ소재 M&A 펀드’도 일본 기업이 주요 투자 포인트다. 산은 관계자는 “펀드 운용 기간이 내년까지이기 때문에 올해는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한국과 글로벌경쟁서 맞붙고 있는 중국의 공격적인 일본 기업 M&A 전략에 막연히 조바심을 느낄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은 지난해 총 37건의 일본 기업 인수에 성공하며 미국을 제치고 일본 기업 최다 M&A 국가가 됐다. KITIA 관계자는 “중국 기업과 한국 기업은 눈높이가 다르다. 한국은 M&A의 초점을 양보다는 질에 두고 접근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일본에선 사양산업이지만 자체 내수 시장 수요가 있는 로엔드(저부가가치) 기업을 쉽게 인수하는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한국 기업은 수출에 방점을 두고 첨단 기술을 갖춘 하이엔드(고부가가치) 기업을 원하기 때문에 매물을 찾고 인수를 성사하는 데 훨씬 더 오랜 시간과 깊은 정성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태경 기자/un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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