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상품 90% 이상이 제조사 브랜드(NB)로 마진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형마트의 자체브랜드 상품(PB,PL)은 거의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7일 대형마트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이마트의 신가격정책 상품 중 PL상품의 비율은 1~2%에 불과하다. 올해 초 물가급등을 겨냥해 내놓은 25개 가격동결 상품에서도 이마트 PL 상품은 ‘맑고신선한 식용유’와 ‘이마트 우유 1등급’ 두개 뿐이다.
창립 12주년을 맞아 ‘물가혁명’을 내걸고 1200개 상품의 할인판매에 나선 홈플러스도 PB상품 비중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평소 가격할인행사 때는 PB 비중이 극히 미비하지만 이번행사엔 콩나물 등 PB 신선식품이 대거 포함돼 예외적으로 PB비중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의 ‘롯데멤버스 카드 회원 대상 생필품 반값’ 행사에도 PB상품이 단 한 제품도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1997년 첫 등장한 대형마트의 자체브랜드 상품은 매년 급성장을 거듭하며 대형마트업계의 짭짤한 수익원이 됐다. 현재 대형마트 3사 자체브랜드 상품의 매출 비중(2010년 기준)은 24.5%에 달한다. 전체 매출의 4분의 1이 넘는 수치다. 가격은 NB제품에 비해 평균 20%가량 낮지만 마진은 3~5%가량 높아 대형마트업계에서는 차별화와 가격경쟁력 확보의 묘책으로 꼽힌다.
최근(1~2월) 물가급등으로 저렴한 대형마트 자체브랜드 상품을 구입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대형마트 자체브랜드 상품이 할인품목에 제외된 것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나온다. 주부 한영실(여ㆍ43)씨는 “가격할인 한다길래 더 저렴하게 살수 있을 거란 기대로 대형마트를 찾았지만 평소에 사던 PB제품 가격은 똑같더라”며 아쉬워했다.
할인품목 중 대형마트 자체 브랜드 상품이 극소수에 그치면서 일부에서는 ‘대형유통업체가 물가안정 생색은 다 내고 고통분담은 제조업체에 전가시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형유통업체가 가격할인정책을 할 때 제조사에 가격인하 압박을 하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면서 “결국 제조사에게 고통만 떠넘겨 ’헛상생’하는 셈”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롯데마트 측는 이에 대해 “PB를 할인하면 ‘거품뺀 가격’이라는 자체브랜드의 정체성을 잃어버릴 우려가 있다”면서 “품목수도 NB에 비해 적어 할인 순서가 빨리 돌아와 가격 신뢰도가 무너지는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PB제품은 할인품목에 잘 넣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황혜진기자@hhj6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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