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검사 이상으로 부적격 판정
부적격 혈액 70% 폐기처분
5년간 반복돼 개선책 시급
“헌혈하는 당신이 진정 영웅입니다.”대학로, 신촌 일대 헌혈의집 앞 홍보물에는 인기 연예인들이 활짝 웃으며 헌혈에 동참할 것을 호소한다. 슬쩍 눈길을 돌리는 순간, 혈액이 부족하다며 아주머니나 학생들에게 이끌려 헌혈했던 내 헌혈액이 그대로 버려진다면?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가 대한적십자사에 헌혈 관련 정보공개 청구를 한 결과, 최근 5년간 헌혈 혈액 판별검사 결과 이상 등의 이유로 부적격 판정을 받은 헌혈 상당량이 폐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2010년 8월까지 연평균 14만제제(한 헌혈자가 헌혈한 혈액으로 보통 1~3개의 혈액제제가 만들어진다)의 헌혈액이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이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것이 ‘혈액 선별검사 이상’으로, 당시 현장에서 검사가 어려운 매독이나 BㆍC형 간염, HIV 등의 판정을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
이렇게 부적격 판정을 받은 혈액의 대부분이 폐기되고 있으며, 이는 전체 부적격 혈액의 70%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그나마 예방 접종약이나 진단시약 시료로 활용되거나 의학 연구나 의약품 개발 목적으로 쓰이는 경우는 미미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년간 추세를 보면 이 같은 상황이 매년 반복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확실한 개선책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선별검사 이상으로 인한 부적격 판정은 헌혈 후 매독, B형 간염 등의 판정을 받고 사후 폐기되는 경우로, 헌혈 과정에서는 검사를 못 하고 샘플을 조사하면서 전염ㆍ감염의 오염이 있어 폐기되는 경우”라며 “전체 헌혈액의 3~5%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적십자사는 헌혈액 샘플을 핵상증폭검사(NAT)를 통해 안전도를 검사하고 있지만, 매년 신규 등록 헌혈자의 80%가 넘은 이들이 10대, 20대의 초행 헌혈자들이어서 부적격 수치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헌혈 전에 자진신고제에 대해 안내하고 있지만, 본인이 보균자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헌혈 희망자는 헌혈 전에 자신의 건강 상태를 확실히 체크해 자신의 헌혈액이 버려지는 일이 없도록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다.
이태형 기자/th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