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운동장에서 군복 차림으로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총검술을 가르치던 ‘교련 교사’가 42년만에 한국직업사전에서 사라졌다. 대신 우주센터발사지휘통제원, 발사체기술연구원 등 나로호 발사를 계기로 우주 관련 직업이 새롭게 탄생했다.

한국고용정보원(원장 정인수)은 ‘2011 산업별 한국직업사전’에서 12개 산업 분야에서 기술발전, 산업구조 변화 등의 요인으로 새롭게 탄생한 신생직업이 21개에 이르며, 소멸 직업은 교련교사 등 5개라고 11일 밝혔다.

지난 2003년 ‘통합 한국직업사전’에는 등재되어 있다가 이번에 사라진 직업은 교련교사를 비롯해 금관악기제작원, 목관악기제작원, 주조기조작원, 활판인쇄기조작원 등이다.

교련 교사는 김신조 간첩 사건 발생 이듬해인 1969년부터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교련수업이 시작되면서 생겨났다. 전역한 장군들이 주로 교련수업을 담당하면서 검은색 선글라스는 교련 교사의 상징물로 여겨졌다. 이후 대학생 교련은 1981년 2학년까지로 제한되다가 1989년에 없어졌다. 고교생 교련은 1996년 군사 훈련이 빠지고 응급처치 위주의 실용교육으로 바뀌었다. 이후 2003년 1월 의결된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필수과목에서 선택과목으로 전락했다. 교육부는 2007년에 이르러서야 교련과목의 내용과 명칭을 새롭게 바꾸고 2012년부터 바뀐 교과로 수업하기로 함으로써 사실상 폐지를 결정했다.

금관악기제작원과 목관악기제작원의 직업도 직업사전에서 사라졌다. 삼익악기 등에서 금관악기나 목관악기를 판매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지 않고 외국에서 OEM 방식으로 들여오는 까닭에 더이상 국내에서 관련 직업이 없어지게 됐다는 것이 고용정보원 측의 설명이다.

반면 새롭게 생겨난 직업은 선박 및 보트 건조업에서는 선박사상작업로봇을 조작하는 블라스팅로봇조작원과 선박용접로봇을 조작하는 선박용접로봇조작원 등 2개 직업이 새로 생겼다. 이 직업들은 선박 건조 시, 용접 및 사상(용접 후 다듬기) 공정에 로봇기술이 상용화되면서 생겨났다.

또 항공기ㆍ우주선 및 부품제조업의 경우 우주센터발사지휘통제원, 발사체기술연구원, 발사체추진기관연구원, 발사체추진기관시험원, 터보펌프시험원 등 5개 직업이 탄생했다. 지난 2009년 전남 고흥에 나로우주센터가 준공되고, 우리나라의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의 성공적 발사를 앞두면서 새로 생겨난 직업들이다.

철도차량제조업의 신생직업은 고속철도차량설계원, 고속철도차량대차차입원, 고속철도차량유지보수원, 고속철도차량성능시험원 등 4개이다. 2004년 고속철도(KTX)가 개통되고, 고속철도 기술의 해외 수출이 추진되면서 새롭게 신생직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에서는 세계 각국의 저탄소 녹색성장 노력에 발맞춰 전기자전거기술자, 전기자전거정비원, 전기자전거조립원 등의 직업이 새롭게 등장했다.

인쇄 및 기록매체 복제업에서는 인쇄기술이 활판인쇄를 거쳐 디지털인쇄로 발달하고, 기록매체가 자기(磁氣)테이프 방식에서 광디스크 방식으로 변화하면서 4개의 직업이 새로 생겨난 반면 2개의 직업이 소멸했다. 이 분야에서 새로 등장한 직업은 디지털제판원, 스템퍼제작원, 광디스크프레싱원, 광디스크인쇄원이며,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직업은 주조기조작원, 활판인쇄기조작원이다.

김동규 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한국직업사전은 기술 발전과 산업구조 변화로 달라지는 직업세계를 체계적으로 조사 분석해 표준화된 직업정보를 담았다”며, “학생을 비롯해 진로지도 전문가와 구직자가 진로직업을 탐색하는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도제 기자 @bullmoth> pdj2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