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시대, 조폭들의 생존전략?
설치조는 ℓ당 700원, 운반조 ℓ당 200원, 현장 절취조 ℓ당 300원...
서울지역 휘발유 평균가격이 마침내 ℓ당 2000원을 돌파했다. 이처럼 고공행진 중인 물가에 이어 기름값까지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여 서민들의 가계에 주름살이 늘고 있다.
그런데, 고유가 시대를 맞아 조직 폭력배들도 기름 도둑(?)으로 나서 눈길을 끈다. 더욱이 이들은 매우 치밀하게 역할까지 분담하고 비싼 기름을 훔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고유가가 지속되는 한 ‘기름 도둑으로 나서는 조폭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란 우려다.
경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초고유가 시대를 맞아 큰 수익금을 얻을 수 있다는데 현혹돼 송관 구멍을 뚫고 유류 8만4300ℓ, 시가 1억4000만원 상당을 절취한 조직 폭력배가 낀 송유관 유류 전문 절도단 7명이 최근 붙잡혔다.
이들의 조직적인 업무분담을 보면 매우 체계적이어서 놀라움까지 자아낸다.
이들은 범행 지휘, 송유관에 구멍을 뚫는 설치조, 현장에서 유류를 절취하는 절취조, 일반인의 접근을 감시하는 망원, 장물을 운반하는 탱크로리 기사, 장물을 보관했다가 판매처를 물색 처분하는 장물처분조 등 ‘유류 전문 절도단’을 조직해 역할을 분담한다.
유류 전문 절도단은 주로 심야시간을 이용해 고속도로 하행선 갓길에서 송유관에 드릴로 구멍을 뚫어 유압호스를 연결한다. 이들은 탑 차를 유량계가 설치된 유조차로 개조해 탱크로리로 옮기는 수법으로 훔쳤다. 또 훔친 기름을 저장탱크에 보관하고 탱크로리 차량으로 반출해 주유소에 공급하고 유통시켰다.
이들은 훔친 기름을 처분하고 수익금을 분배함에 있어 설치조는 ℓ당 700원, 현장 절취조는 ℓ당 300원, 운반조는 ℓ당 200원, 장물 처분조는 나머지 금액을 갖기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북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조폭들은 ‘신나’ 판매보다는 이익금이 많이 나는 송유관 절도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고유가가 지속되는 한 송유관 절도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연주 기자/yeonjoo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