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20㎞→ 30㎞→ 80㎞….’
방사능 위험 척도인가, 심리적 우려정도인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주민 대피 반경이 나라마다 다르게 설정되면서 ‘대피반경’의 설정 이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16일 일본에 거주하는 자국민에게 원전 주변 반경 80㎞밖으로 대피하라고 권고했다. 한국정부는 일본정부가 설정한 ‘반경 30㎞’를 고수하다 17일 뒤늦게 미국 수준으로 바꾸는 조치를 단행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19일 현재 ‘원전 반경 30㎞ 이내 주민 대피령’을 내린 상태다. 지난 11일 대지진 이후 일본은 원전 폭발로 인한 방사능 누출에 대비해 대비반경을 3㎞→10㎞→20㎞→ 30㎞로 점차 늘려왔다.
▶전문가 “반경은 의미 없어… 바람의 방향 중요해”
방사성물질 유출 때 위험 반경 설정에 대한 국제적 기준은 없다. 원전 폭발 사고의 원인이나 방사선물질의 분출량 등 상황에 따른 변수가 많기 때문에 객관적 기준을 적용하는게 “큰 의미가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무환 포스텍 첨단원자력공학부 교수는 “현재 증기를 타고 방사선 물질이 외부로 방출되는 것이 문제이긴 하다. 하지만 외부로 방출된 방사능 자체의 위험 반경이 얼마인지가 중요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람의 방향이다. 바람이 어느 쪽으로, 얼마나 세게 부느냐에 따라 방사능 낙진 파급 반경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공식적인 방사능 위험 척도는 아닌 것이다.
미국이 대피령 범위를 반경 80㎞로 권고한 배경에 대해서 그는 “바람이 한 쪽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부는 등 극한적인 상황을 염두에 둔 최대 범위”라고 분석하며 “대피 반경의 확대가 당장의 위험성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 美 “더 광범위한 대피 권고할 수도”-日 “피난범위 일률적 결정 어려워”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대피 반경 확대 조치와 관련해 “최근 위원회가 입수 가능한 정보를 바탕으로 유사시에 대비한 대피 권고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레고리 예즈코 위원장은 16일 “미국에서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면 우리는 일본 정부보다 훨씬 광범위한 대피 권고를 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자국민을 걱정하는 해당국 정부의 ‘심리적’ 우려도가 이반경에 반영된 것이다.
이에 비해 일본은 원전에서 원형 상의 피난범위를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교통 상황 주민 연령 등 다양한 조건을 고려해 피난범위를 정한다는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또한 사고가 발생한 제1원전 서쪽에 산이 있고 주로 서풍이 불고 있어 방사선 물질이 유출돼도 내륙보다는 바다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일본이 대피령 범위를 신중하게 결정하는 이유다.
<박수진 기자@ssujin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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