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씨는 “언론을 통해 보던 정 총장의 인상과 실제로 내가 접한 정총장은 너무나 달랐다”며, “정 총장은 처음부터 나를 단순히 일 때문에 만나는 것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선 정 총장이 나를 만나자는 때는 늘 밤 10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며 “만나자는 장소는 대개 팔레스 호텔에 있는 바였다”고 적시했다.
신 씨는 정 “총장과 만나는 중에 다른 사람들이 동석을 하게 되면 늦은 시간이 되어도 그 자리를 빠져나오기기가 참 곤혹스러웠다”고도 했다. “나는 일찍 집에가기 위해 화장실에 간다고 둘러대고 빠져나오곤 했지만 여자들에게는 늘 핸드백이 있으니 그것을 두고 가라든지 핸드백을 끌어당기며 못가게 잡으면 참 난감할 때가 많았다“는 것이다. 늦은 시간까지 정 총장과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남들이 오해를 할까봐 걱정스럽기도 해 결국 고민 끝에 정 총장이 제안한 서울대학교 교수직과 미술관장 제의를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22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지난 2007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스캔들, 학력위조 사건 등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전직 큐레이터 신정아씨의 책 4001의 출판 간담회가 열렸다. 이상섭기자/babtong@heraldcorp.com |
신씨는 외할머니로부터 나를 눈여겨봐달라는 말씀을 들은 노 대통령이 갑자기 나를 보자고 했다며, 자신의 하는 일에 대해 이것 저것 묻고는 자신에게 “어린 친구가 묘하게 사람을 끄는 데가 있다”고 하면서 더 큰일을 하기 위해 한 번 세상에 나서 보지 않겠느냐고 묻고 한 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신 씨는 그 후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나 기자회견을 하실 때마다 가끔씩 내게 크고 작은 코멘트를 들어보려고 하셨다”고 주장했다. 코멘트를 들어본 대통령은“홍보나 대변인 같은 일을 해도 잘하겠다”는 말도 했다고 밝혔다.신 씨는 자신이 미술계 밖의 일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자 심지어 측근인 모 의원을 소개해주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책에서 ‘똥아저씨’로 표현한 변양균 전 청와대정책실장과의 관계는 가장 디테일이 살아있다. 어떻게든 자신의 방에 들어가려고 한 일부터 첫 관계를 가진 일, 4시간 키스, 남산 산책로의 아지트에서 하루종일 뒹굴며 지낸 일 등을 생생하게 적었다.
신 씨는 변양균 실장에 대해 자기 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표현하며, ‘선물공세도 자신이 상품권을 줘서 산 것들’이고 ‘호텔비 한번 낸 적이 없다’,‘계집애처럼 작고 앙증맞은 것들을 좋아해서 디자인이 특이한 펜들은 슬쩍슬쩍 가져가곤 했다’고 적었다.
작고한 박성용 금호그룹명예회장과의 일화도 소개해 놓았다.
당시 예일대 한국 동문회장이었던 박 회장은 그룹 내 한 관계자의 말을 듣고, 신정아의 예일대 재학사실을 조회하게 됐는데 “예일대에서 재학사실을 확인해 주어서 오히려 회장님은 내게 ‘생사람 잡을 뻔 했다’며 사과까지 해오셨다”고 했다. 그렇게 사과를 하고서도 여전히 마음에 걸렸는지 폐암으로 투병중에도 “정아 문제는 미안하게 되었다”며 관장을 통해 거듭 사과를 하셨다는 얘기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는 2000년 9월 파리에서 니스로 가는 공항에서 만나 집에 초대받은 인연을 적었다. 일식 스키야키로 저녁을 준비해 일일이 김치와 반찬을 권해 주었는데 식사후에는 수영장 주변을 산책하며 “당신이 얼마나 많은 여자를 만나보았겠느냐며, 내가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똑똑하고 당찬 매력이 숨어있는 아가씨라고 칭찬을 해주었다”고 했다. 김 회장은 아쉬운 듯 다음날 저녁에는 모나코에서 한번 더 저녁식사를 하자고 제의했는데 런던으로 급히 떠나는 바람 짧은 인연이 끝났다고 적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