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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느림보 유가 인하, 핑계가 많았다
정부가 기름값 인하 압박을 가한 지 3개월 만에 정유업계의 첫 반응이 나왔다. 그것도 어정쩡한 자세로다.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에너지는 4일 휘발유와 경유의 소비자 가격을 ℓ당 100원씩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도 후발적으로 일제히 가격 인하 방침을 밝혀 국내 4대 정유메이커의 유가가 모두 내릴 전망이다.
하지만 이것이 정부의 압력에 백기를 든 것인지, 아니면 실제 업계의 원가 인하 요인에 의한 것인지 불분명하다. 정부와 모종의 타협 제스처 의혹이 불거지는 배경도 궁금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월 13일 물가대책회의 자리에서 기름값이 묘하다고 발언하자 정부는 즉각 정유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또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꾸리고 유가 관련 세금 검토까지 시사한 바 있다. 그래도 업계는 요지부동, 유가 하락 기대를 무산시켜왔다. 되레 휘발유 가격이 ℓ당 최고 2000원 넘게 치솟으면서 서민과 자영업자를 옥죄었다. 급기야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입, 원적지 관리를 담합으로 규정하자 정유업계는 1조 단위의 과징금을 물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SK에너지의 가격 인하가 터져나왔다. 오는 7일 자정부터 7월 6일까지 3개월간 한시적으로 전국의 4400여개 SK 주유소에서 신용카드 결제 시 ℓ당 100원을 깎아준다는 것이다. 이어 3대 메이저 업체가 동시에 가격 인하 검토 사실을 알렸다. 정부의 담합 징계와 가격구조개선책 발표를 앞두고 생색내기용 가격 인하 쇼의 의혹을 살 만하다.
정유업계는 지난 1분기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국제 원유가 상승과 매출의 절반인 해외판매 호조 때문이라지만 내수 가격 인하 요건이 전혀 없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더구나 다른 산업과 달리 정유업계는 중화학공업 육성 등 정부의 지원시책으로 시설투자, 판매 등에서 많은 혜택을 본 업종이다. 국민생활 안정에 기여할 당위성이 있다. 기름값을 올릴 때는 재빠르고 내릴 때는 지지부진한 정유회사 행태를 방관해온 정부도 책임이 크다. 공동조사를 통해 인하 요인을 더 찾고 가격 결정의 투명성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휘발유 가격의 47%를 차지하는 유류세의 구조 단순화와 세율 조정 역시 검토할 때다. 올해 교통세 명목의 세금만 13조원대에 달할 정도다. 무엇보다 정유업계의 활발한 경쟁 촉진 방안을 마련, SK 인하 조치가 한시적이 안 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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