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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적 건축거장 8인…집에 깃든 꿈 엿보다
집은 일반 건축물과는 다르다. 집엔 사람의 마음과 움직임, 생활방식과 취향에 호응하는 일상의 디테일과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가 있다. 건축의 거장이 이름을 내걸고 지은 랜드마크가 작가의 철학에 허영을 보태 선언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면, 그들이 남 모르게 조용히 작업한 작은 집은 그들의 포장하지 않은 속마음을 엿보게 한다.

그 자신 건축가이지만 집 순례기 저자로 더 유명한 나카무라 요시후미가 20세기 건축의 거장 8명이 지은 작은 집을 찾아 나섰다.

‘집을, 순례하다’(사이)는 건축의 기존 개념을 뒤집은 르 코르뷔지에를 비롯해 루이스 칸, 마리오 보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등 8명의 9개 작은 집에 관한 얘기다. 거장을 강의실이 아닌 정원의 뜰, 혹은 부엌 식탁에서 마주하는 살가움이 있다.

르 코르뷔지에가 연로한 어머니를 위해 스위스 레만 호수가에 지은 18평의 자그마한 집은 겉보기엔 허름한 직사각형의 콘크리트 집처럼 보이지만 보물창고 같은 놀라움을 준다. ‘집은 거주하기 위한 기계’라는 그의 신조답게 좁은 공간을 기능적으로 분할하고 연결해 동선이 막힘없이 흐르고 이어지며 확장되는 특유의 건축적 산책로를 완성해냈다.

거실에서 침실ㆍ욕실까지 가로지르는 11m짜리 가로창, 세면실ㆍ욕실ㆍ세탁실의 다양한 기능과 천장의 자연광 조명, 피아노 위에 설치된 회전이동식 조명, 옥상정원과 개를 위한 창 등 세심한 배려가 감탄을 자아낸다.

루이스 칸의 에시에릭하우스는 평범한 집이면서 그 자체로 작품일 수 있는 견고한 멋을 보여준다. 조각적이면서 자연의 변화를 그대로 반영하는 회화적인 창과 통풍을 위한 목재 칸막이, 빛을 받아들이기 위한 구석구석 다양한 형태의 창은 그의 건축철학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계단과 난간을 다루는 장인적 솜씨는 작가의 고집이 느껴진다.

게리스 토머스 리트벨트의 가구같은 집 ‘슈뢰더 하우스’, 마차의 차고를 개조해 만든 빌딩과 빌딩 사이에 숨겨져 있는 폭 7.5m의 일자형 집, ‘타운하우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바위가 집으로 들어온 ‘낙수장’등 저마다 다른 메시지를 담은 집을 만나는 일은 저자의 말마따나 연인을 만나는 허둥댐과 즐거움이 있다.

이들 집에는 어머니와 누이 등 작은 이야기가 들어 있어 더욱 사랑스럽다. 자연의 흐름을 따르며 선물처럼 감사히 받아들이는 집의 모습은 경건함마저 준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저자의 따뜻한 현장 스케치다. 200여컷의 현장사진과 함께 저자가 집과 내부를 일일이 그린 그림은 작가의 거실에 우리를 뚝 떨어뜨려놓은 듯 공간감과 숨결을 느끼게 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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