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디부아르 주재 우리 대사관 직원들이 내전 와중에 사실상 인간 방패가 됐다. 또 극미량의 방사능 오염 빗물에 휴교령까지 내린 국내와 달리 문제의 후쿠시마 원전과 불과 100여㎞ 밖에 안 떨어진 센다이 총영사관 직원들은 여전히 한국인 희생자 시신 확인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8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코트디부아르 주재 한국 대사관의 직원 5명은 치열한 시가전 속에 몇일 채 대사관에 발이 묶여 있다. 합법적 선거로 대통령에 당선된 와타라 측과 유엔, 프랑스군, 그리고 여기에 저항하고 있는 그바그보 현 대통령 지지세력간 시가전 와중에 볼모로 잡힌 셈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교전이 재개된 뒤 대사관 관계자들은 외부 출입을 못하고 있다”며 “대사관이 있는 곳은 아직 그바그보 세력이 장악하고 있어 유엔이나 프랑스를 통한 도움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수세에 몰리고 있는 그바그보측이 우리 대사관 직원들을 인질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현지시간 지난 6일에는 이들이 일본 대사관저를 습격, 유엔군과 교전을 벌이는 와중에 일부 일본인 대사관 직원들이 행방불명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대사관들이 주로 대통령 궁 인근에 모여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 대사관도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의미다.
이 같은 대사관 및 우리 직원들의 위험 노출은 이집트와 리비아, 일본 센다이 등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한 때 치열한 시가전에 탈출하는 외국인들의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이집트 사태, 그리고 우리 국민의 접근 자체를 금지하는 여행경보 4단계가 발령된 리비아 트리폴리에서도 우리 대사관은 여전히 모든 인원이 남아있는 상태다.
또 방사능 오염 우려로 상당수 국가들이 멀리 떨어진 도쿄의 자국 대사관을 철수시키는 속에서도 우리는 문제의 원전과 불과 100㎞ 밖에 안 떨어진 센다이 총영사관의 직원을 오히려 늘리기도 했다. 지진과 해일로 실종된 한국인들의 신원 확인 작업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외교관들의 대책없는 위험 노출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코트디부아르나 리비아, 그리고 센다이 모두 일부 교민들이 정부의 철수 권고에도 불구하고 생업때문에 끝까지 남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대사관 직원들이 철수할 수는 없다”면서도 “올해 초부터 계속되고 있는 중동과 아프리카 사태, 그리고 일본 대지진 와중에도 우리 국민들의 커다란 인명 손실이나 외교관들의 피해가 아직 없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라고 말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