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기성정치 대 신진정치’ 의 새로운 정치구도 속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당초 이번 선거는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여세를 몰아 여당의 선별적 복지와 야당의 보편적 복지에 대한 최종심이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등 득표력을 갖춘 정치신인 후보들이 최근 잇따라 출마 의지를 내비침에 따라, 이번 선거는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다자구도의 안갯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안 원장은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청에서 열린 ‘청춘콘서트’ 에서 “아직 결심했다는 단계는 아니다” 면서도 “결심하게 되면 직접 제 입으로 말하겠다” 며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고, 박 이사의 측근도 “마지막 결단만 남아 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은 20~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안 원장의 대중적 인지도가 파괴력을 발휘할 경우 현재의 양당 구도를 허무는 것은 물론 결과에 따라서는 기존 정치질서의 재편을 초래하고, 더 나아가 내년 총선과 대선 판도까지 크게 뒤흔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구도상으로는 여당인 민자당 정원식(20.7%), 민주당 조순(42.4%), 무소속 박찬종(33.5%) 후보가 맞붙은 지난 95년 서울시장 선거와 비슷한 형국이지만, 안 원장의 파괴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여야 각 당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무상급식 논란 이후 기존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염증이 심화되고 있는 데다 SNS의 선거 영향력 확대, 여ㆍ야당의 인물 난 등이 겹치면서 이른바 초우량 장외주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당내 인물로는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안철수 대항마’ 찾기에 매진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부정ㆍ부패와 무관하면서 자기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인물을 염두에 두고 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진전은 없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4일 현재 당 안팎에서 김황식 총리와 정운찬 전 총리,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으며 친박(친박근혜) 일각에서는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과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 등 유명 기업인을 영입하자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그러나 정치 경험이 없는 무소속 시민후보가 과연 현실정치에서 파괴력을 발휘할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은 “국민들 머릿 속엔 여당과 야당이라는 두 개의 정당밖에 없기 때문에 무소속으로 나서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 핵심 당직자도 같은 이유로 “어려운 선거이긴 하지만 3자구도로 치러질 경우 우리가 후보만 잘 내면 승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안 원장 출마설을 계기로 지지부진한 야권 통합후보 선출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이번 서울시장 보선을 민주진보진영 통합의 출발점으로 보고 어떻게든 통합후보를 만들어낸다는 구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박 상임이사와 함께 안 원장까지 통합의 무대로 끌어들이기 위한 다각도의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장선 사무총장은 “박 상임이사는 물론이고 안 원장도 통합후보군에 들어오기를 기대한다”면서 “반(反)한나라 진영이 모여 통합후보를 선출하는 지혜를 짜내야 한다”고 말했다.
<조동석ㆍ양대근 기자@superletters> dsch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