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민주당 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섰던 한 전 총리로서는 당시 서울시민들이 보내준 성원이 감사할 따름이지만, 선거를 치르는 과정이 워낙 ‘고생’이었기 때문에 이번에 재도전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또 현재 정치자금법 위반사건 재판이 진행되고 있어 심적ㆍ체력적인 부담도 적지 않은 상태다.
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가 결정되자 당 안팎의 친노(親盧)진영으로부터 간곡한 출마 권유를 받았고, 애당초 출마에 회의적이었던 입장에서 전향적으로 가능성을 열어놓는 상황으로까지 오게 됐다.
한 전 총리의 고민은 자신의 출마 의사를 뛰어넘어 ‘경선 룰’을 둘러싼 당내 상황과 통합후보에 대한 진보개혁진영의 움직임, 단일 시민후보로 결정된 박원순 변호사의 입장 등이 얼기설기 얽혀있는 상태다.
한 전 총리는 자신의 결심을 둘러싼 이같은 현실을 “상황이 종잡을 수 없이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고 그의 측근인 황창화 전 총리실 정무수석이 8일 전했다. 한 전 총리는 7일 경남 창원에서 가진 강연에서도 “제가 요즘 좀 복잡하다”고 했다.
어쨌든 당내 출마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중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그로서는 어느 한 쪽이 ‘정답’이라고 할 수 없고 선택에 따르는 변수가 여러가지다.
우선 야권이 한나라당 후보와 ‘1 대 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선 확고한 입장이지만, 박 변호사와의 경쟁자로 꼭 자신이 나서야 하느냐가 고민이다. 또 자신이 나서지 않을 경우 당내 후보로 거론되는 다른 주자들이 박 변호사와 ‘흥미로운’ 경쟁을 펼칠 수 있느냐도 미지수다. 또 현재로선 불투명하지만 박 변호사가 극적으로 입당을 결심할 경우 상황이 또 달라지게 된다.
한편 원혜영, 김효석 등 당 중진의원들은 이날 모임을 갖고 한 전 총리가 출마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의원은 “최근 당 최고위원회의의 모습을 보고 심각한 우려를 금치 못하게 된 상황”이라며 “한 전 총리의 후보 참여를 적극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의 결심은 애초 금명간 발표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했지만, 현재로서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때에 따라서는 추석 이후가 될 가능성도 높고 박 변호사의 출마선언이 예상되는 14일경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전 총리 측은 “(한 전 총리가) 추석에 조용한 시간을 보내면서 고민을 이어갈 수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고, 한 전 총리와 가까운 백원우 민주당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아직 당에서 게임의 ‘룰’이 정해지지 못했기 때문에 결정하는 것에 따라서 일정표가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민ㆍ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