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의 국회 처리를 두고 이번주 ‘강행처리냐, 장기화냐’의 중대 기로에 섰다.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한 접점없는 견해차로 막판 극적 타협 가능성이 희박해진 상황에서 오는 10일 본회의에서 비준안 처리가 시도될 지에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야는 지난 주말부터 대대적인 찬반 여론몰이에 나선 상태다. 한나라당이 강행처리를 압박해 가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이 ISD의 ‘부당성’을 설득하는 장외 홍보전으로 선회함에 따라 10일까지의 나흘간 정국의 긴장도는 그야말로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소속인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합의처리에 비중을 두고 대야(對野) 설득에 매진하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더이상끌려 다녀서는 안된다”는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3일 의원총회에서도 신속 처리하자는 주장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 원내지도부는 타결을 위한 야당과의 물밑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이번주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 의장이 직권상정에 이미 부정적 입장을 밝힌만큼 한나라당으로서는 몇 차례 더 외통위 처리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일부에서는 비준안 처리를 24일 본회의로 한번 더 미루거나, 아예 12월로 넘겨 새해 예산안과 동시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26 재보선의 패배로 내부 동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황에서 강행처리시 우려되는 여론의 역풍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의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경우 한나라당은 당분간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미FTA 괴담’이나 근거없는 야당의 주장을 반박하는 선전전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장기전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손학규 대표가 지난 4일 비준안에 대해 “ISD 같은 것을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 토론을 거쳐 19대 총선에서 묻든지 국민투표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한 뒤 FTA 비준을 내년 총선과 연계시키려는 전략이 가동된 상태다.
또 당 지도부가 직접 거리로 나가 ISD조항의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직접 알리는 방식으로 한미FTA의 부당성을 선전하고 있다.
ISD에 대해 찬반론이 팽팽한 만큼 한나라당의 강행처리만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미FTA가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민주당의 분석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강행처리시 민주당은 몸싸움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거센 물리적 충돌이 예상된다.
10·26 재보선으로 국민의 외면을 확인한 여야 정치권이 한미FTA를 놓고 또 한 번 ‘경계선’에 서있는 상황이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