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불과 15분 거리. 세종로 청와대와 여의도 국회는 물리적으로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그러나 CEO 출신 대통령이 들어선 현 정부 들어 세종로와 여의도 간 심리적 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멀다. 특히 이 대통령이 국회를 직접 방문한 것은 지난 2008년 2월 25일 취임식과 그 해 7월 11일 국회 시정연설을 위한 방문이 ‘유이’할 정도로, 이 대통령에게 국회는 가깝고도 먼 곳이다.
급기야 지난 11일에는 청와대와 국회 간 벽이 얼마나 높은지를 실감케 하는 한편의 촌극이 벌어졌다. 이날 아침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FTA 비준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여야 지도부에는 하루 전날 국회 방문 계획을 알렸다고 한다.
민주당 측은 이 대통령의 갑작스런 방문 통보에 당 대표가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이 대통령은 ‘가서 기다리는 한이 있더라도 국회를 가겠다’며 강행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국회 방문 계획을 발표한 지 채 3시간이 지나기 전에 이번에는 대통령의 국회 방문이 15일로 연기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여야 원내대표가 일정 연기에 합의했고, 청와대가 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평소 이 대통령이 국회와의 담을 허무는 노력을 기울였거나, 국회가 이 대통령의 진정성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이 대통령과 국회의 갈등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수정안,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FTA 등 현 정부 들어 굵직굵직한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청와대와 국회는 각을 세웠고, 나라안은 국론 분열로 요동쳤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정치권의 ‘정쟁’을 갈등의 원인으로 지적했고, 반대로 국회는 이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를 강하게 비판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야당 국회의원들과 함께 슈퍼볼을 시청하고, 맥주를 주고받으며 국사를 논하는 장면까지는 아니어도 좋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의도 저변에 흐르는 불신의 벽이 지금처럼 높아만 진다면 피해를 보는 쪽은 국민들”이라며 “문제를 푸는 단초는 대통령의 의지이며, 정치권과의 소통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춘병 기자/y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