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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정덕상> ‘언더도그’ 이정현과 김부겸
적진에 뛰어든 두 후보들
지역정서 등 전세 불리…
21세기 시대정신은 개방·공존
합리적 판단으로 선택해야


4ㆍ11 총선에서 세 사람에 주목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광주에서 출마한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 대구에서 출마한 김부겸 민주통합당 의원이다. 사상 처음 전국적인 여야 1대1 구도를 성사시킨 이 대표가 얼마만큼 진보당 후보를 당선시켜 국회에 입성할지 궁금했고, 단기필마로 적진에 뛰어든 두 후보는 생존이 관심이다.

특히 소수, 약자, 또는 불리한 지형에 처한 세 사람은 모두 열세 후보에 동정표가 쏠리는 언더도그 효과(underdog effect)를 톡톡히 누릴 만한 후보들이다. 야권연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 상황은 좀 달라졌지만 이 대표가 소속된 진보당은 299명의 국회의원 중 1%에 불과한 3명의 의원이 소속돼 있을 뿐이다. 슈퍼스타K에서 환풍기 수리공이었던 허각, 위대한 탄생에서 중국동포 백청강이 1등을 했으면 하는 바람과 같은 현상이다.

불행하게도 이 대표는 관악을 후보를 뽑는 경선에서 나이를 속여 응답하라는 문자메시지가 들통나 낙마, 관심에서 멀어졌다. 까놓고 보면 여론조사 부정은 여야를 막론하고 전국적으로 벌어진 일상사다. 이 대표 말마따나 “저쪽도 했을 텐데 후보사퇴까지 한 건 안타깝다”는 여론이 만들어질 만도 한데, 보수ㆍ진보 진영을 가리지 않고 비난은 계속됐다. 교과서적으로 국회의원 하나 하나가 대표성을 지닌다면 이 대표와 진보당이 깜냥보다 과도한 지위를 누려 약자로 비쳐지지 않는 모양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과 연대협상에서 절대 밀리지 않았고,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 해군기지 등 찬반이 크게 엇갈리는 사안에서 목소리가 유난히 분명했다. 최루탄을 터뜨려 국회 본회의장을 난장판으로 만든 전무후무한 활극으로 묵직한 존재감까지 보여주기도 했다. 요즘 세간의 관심이 김선동 같은 의원이 20명쯤 국회에 들어오면 어떻게 하느냐는 데 쏠려 있으니, 언더도그 효과는 언감생심이다.

선거철을 앞두고 넘쳐나는 책 중에서 미국 보수단체 티파티 패이트리어츠의 전략가인 마이클 프렐이 쓴 ‘언더도그마’를 인용하면 진보당은 ‘약자(언더도그)는 힘이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선하고 고결하며, 강자(오버도그)는 힘을 가졌기 때문에 비난받아야 마땅하다’고 고집해왔다고 대다수 국민이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1970~80년대 음습한 대학가 지하에서 유행하던 철지난 이념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공부하지 않는 진보는 반성할 일이다.

프렐은 이 책에서 옳고 그름을 따지기도 전에 가지지 못한 자에게 도덕적 우위를 부여하고 가진 자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경멸하고 비난하는 사회적 통념과 편견을 깨라고 하지만, 이정현과 김부겸에게는 ‘언더도그마’의 비이성적 투표가 벌어져도 좋으니 꼭 선전했으면 하는 희망이다.

광주에서 세 번째 도전하는 이정현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11만명의 유권자에게서 고작 720표를 얻었다. 참담한 투표 행태였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역시 제1야당에 5%의 지지율도 보내지 않고 있다. 대구ㆍ경북과 호남은 섬이다. 그러니 듣도 보도 못한 후보들을 서울에서 내려꽂는 것이다. 현지 민심은 “아무나 내려보내면 뽑아줄 줄 아느냐”는 불만이 팽배하다고 한다. 그러나 밑바닥에선 여전히 “우리가 남이가”란 지역정서가 짙게 깔려 있다. 지역발전이 안 되고 있다는 불만은 자업자득이다. 21세기의 시대정신은 개방과 공존이다. 고립되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자신들에게 돌아간다. 이번에야말로 합리적인 판단으로 공정한 심판자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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