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국회 입법조사처는 13일 기존 성범죄 대책이 비효율적인 근본 원인은 강간죄(이하 성폭행)의 인정범위가 너무 협소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입법조사처는 이날 ‘성범죄 대책으로서 강간죄 처벌범위 확대를 위한 입법방안’보고서에서 “‘판례’는 성폭행죄가 성립되기 위해 폭행ㆍ협박이 존재해야 하며 그 정도로서는 ‘피해자의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정도’라는 최협의의 폭행ㆍ협박을 일관되게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형법 조문에는 최협의의 폭행ㆍ협박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으나 판례는 일관되게 폭행ㆍ협박의 정도에 관해 최협의를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입법조사처는 “통설과 판례가 취하는 최협의의 폭행ㆍ협박설은 무고한 피고인이 범죄자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보다 오히려 아무 죄가 없는 피해자를 무고죄의 가해자로 만들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폭행ㆍ협박의 정도에 관해 최협의를 요구하면 ‘왜 피해자가 구조요청 및 반항을 하지 않아 가해자가 성폭행하도록 했는지’가 재판과정에서 사실 관계의 중점이 돼 버리는 ‘피해자 재판’으로 본질이 전도된다”면서 2차 피해를 우려했다.
외국 사례에서도 미국은 폭행에 의한 성폭행죄는 피해자의 반항의사인 저항요건을 성폭행죄 성립 요건에서 제외하고, 프랑스는 성폭행죄 성립에 폭행ㆍ협박이 필요하지만 그 정도는 피해자 의사에 반할 정도면 충분하다고 입법조사처는 설명했다.
입법조사처는 “폭행ㆍ협박의 정도를 완화해 성폭행죄의 성립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사법부에 기대할 순 없고 결국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성폭행죄의 폭행ㆍ협박 정도를 강제추행죄의 그것과 동일하게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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