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ㆍ이정아 기자]정치권이 연초부터 역사 교과서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역사 교과서를 채택하는 현행 ‘검인정 체제’를 단일 교과서를 사용토록 하는 ‘국정 교과서 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정부 여당의 주장에 대해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강력 반발하면서다. ‘개헌 논란’도 거세다.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은 블랙홀’ 발언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개헌 추진’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여당 내 파열음도 들린다. 두 논란은 그러나 결국 ‘이념 논쟁’으로 커질 휘발성 큰 사안들이어서 오는 6월 지방선거가 ‘좌우 이념 대결’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회 교육문회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 김희정 의원은 9일 오전 MBC라디오에 출연 “역사교육은 통일성이 필요하다. 최종 판단은 국민들이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의 ‘국가 공인 역사 교과서가 필요하다’는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김 의원은 그러나 국정 교과서 체제에 대해선 “당의 공식 입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도 국정 교과서로 체제 전환에 긍정적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념적 편향과 혼란을 막기 위해 국정 교과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반면 전병헌 원내대표는 9일 오전 고위정책회의에서 “역사 교과서의 국정교과서 환원은 교학사 교과서 국정교과서 만들겠다는 역주행이고 독선적 유신회귀적 발상이다. 독재적이고 독선적 인식이다”며 “새누리당과 정부는 역사에 이념논쟁을 끌어들이지 말라”고 말했다.
역사 교과서 문제는 정치권에서 좌우 이념 대립의 ‘단골 소재’다. 지난 2004년 권철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이 금성출판사를 ‘반미ㆍ친북ㆍ반재벌 교과서’라 지적하면서 이념 갈등은 촉발됐고, 지난해 말에는 국사편찬위원장에 ‘건국 대통령 이승만’의 저자 유영익씨가 임명되자 야권이 집중 공격에 나서기도 했다.
‘개헌 논란’ 역시 이념 대립으로 비화될 공산이 큰 소재다. 지난 8일 ‘개헌이 필요하다’는 이재오 의원의 주장을 서청원 의원이 ‘이명박 정부때도 안했다’며 정면으로 들이 받은 것을 계기로 파열음이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개헌 추진위원회에 이미 새누리당 의원 56명이 서명을 한 상태여서 여당 내에서 ‘개헌파와 반개헌파’의 갈등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다.
현재 개헌 논의의 중심엔 대통령제를 ‘4년 중임제’ 또는 ‘내각제’ 등으로 수정하는 권력구조 개편안이 중점적으로 오가고 있지만 실제로 개헌 논의가 본격화 될 경우 추가적으로 어떤 논의로 확산될 지는 확답키 어렵다.
현행 헌법상 ‘영토 조항’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좌파 측은 ‘북한이 UN에 가입해 있는 것에 비춰볼 때 현실과 맞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우측에선 ‘헌법에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헌법 119조 2항(경제민주화) 역시도 첨예한 이해관계에 놓여있다. 이 조항엔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근거로 지난 대선에선 여야 각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경제민주화 정책’들을 쏟아냈지만, 대기업 측에선 “경제민주화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꺼낼만큼 반발이 거센 것이 현실이다.
이외에도 지방선거가 있는 6월 전까진 곳곳에 휘발성 강한 ‘이념 이슈’들이 산재해 있다. 내란음모 혐의로 기소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1심 선고는 늦어도 2월중순께 이뤄질 전망이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ㆍ김용판’의 1심 선고도 다음달 께 가능하다.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심판청구’ 역시도 이르면 오는 5월께 결정날 전망이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역사 교과서 문제나 통합진보당 해산,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관련 법원의 판단들이 나올 때마다 선거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라며 “보수와 진보 간의 이념갈등을 이용하는 정치권이 있는 이상 지방선거 전까지 이념논쟁은 첨예해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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