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백웅기 기자]정치권이 오는 6ㆍ4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쟁력 있는 후보자를 찾는 데 몰두하고 있다. 여권에서 ‘중진역할론’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도 이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새누리당 당직자들로서는 후보자군 물망에 오르는 중진의원들이 저마다 다른 자리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 답답하기만 하다. 해당 중진의원 또한 ‘선당후사(先黨後私)’를 앞세워 희생을 강요하는 듯한 모양새에 속이 불편한 것은 마찬가지다.

일찌감치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선 도전 의사를 밝힌 가운데 새누리당은 이에 맞설 만한 인물을 찾는 데에 어려움이 많은 모습이다. 당에선 7선의 중진 정몽준 의원에 출마를 종용하는 분위기지만, 정 의원은 앞서 “이번 선거에 내가 후보가 되기보단 능력과 자격이 있는 우리 당 후보를 돕는 게 내 역할”이라며 출마설에 선을 그었다.

정 의원의 시선이 이미 차기 대권에 가있다는 사실은 자타공인하는 바다. 홍문종 사무총장이 최근 기자간담회 석상에서 “차기 대권에 도전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려면 서울시장에 나와야 한다”고 선당후사의 중진차출론을 역설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몸값을 올리려는 것으로 안다”고 실언했던 홍 사무총장은 정 의원 측으로부터 “무례하다”고 핀잔만 들어야 했다.

당내에선 이혜훈 최고위원이 가장 먼저 출마선언을 하고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김황식 전 국무총리, 권영세 주중대사까지 후보군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근엔 김성태 서울시당 위원장이 손석희 JTBC보도부문 사장과 식사한 것을 두고 영입설이 제기되는 등 ‘인물난’은 계속되고 있다. 이미 출마선언한 이 최고위원은 이 같은 분위기가 달가울 리 없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3선’ 도전 여부도 큰 관심사다. 당에선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현직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김 지사의 출마가 이번 선거에서의 ‘필승카드’가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김 지사의 대망 또한 차기 대선으로 향해 있다.

앞서 출마를 선언한 원유철(4선) 의원이나 다음주 중 공식 출마선언 예정인 정병국(4선) 의원도 있지만 당내 경쟁력에서도 밀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우선 김 지사를 끝까지 설득해 출마토록 한다는 게 당의 복안이지만 다른 카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서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이가 바로 5선의 남경필 의원이다. 홍 사무총장이 남 의원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경기도에선 남 의원과 김 지사 밖에 이기는 사람이 없다”고 차출론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남 의원도 올해 원내대표 선거에 더 관심을 두고 있어 경기지사 출마는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선에 도전하는 현역 송영길 인천시장에 맞설 후보도 마땅치 않다. 다음달께 이학재 의원이 출마선언하고 본격적인 지방선거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지만, 당에선 황우여 대표최고위원 쪽에 시선이 모아진다. 하지만 황 대표 또한 올해 국회의장 출마에 무게를 두고 있어 차출론이 힘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이 이처럼 선당후사를 강조하며 중진들의 출마를 독려하는 것은 그만큼 수도권 지방선거 판세를 여유있게 끌고가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교롭게도 후보자로 거론되는 이들 대부분이 비박(非朴) 계열로 당내 비주류로, 어려울 때만 찾는다는 볼멘소리도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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