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총리 사퇴, 대통령 사과 등 청와대와 정부ㆍ여당의 ‘속전속결’식 대응에 새정치민주연합이 맥을 못추고 있다. 초대형 재난을 맞아 야당으로선 절호의 기회라는 평가지만, 전략 부재와 당내 내홍 탓에 기회를 충분히 못살리고 있다는 평가다.
우선 개각 폭이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사고의 구조와 후속책 부실을 질타하면서 지난주 ‘내각 총사퇴론’까지 들고 나왔다. 그러나 당은 지난주말 전략 회의에서 사고 수습이 우선이라는 판단 하에 내각 총사퇴 주장을 ‘칼 자루’에 도로 집어 넣었다. 취임한지 얼마 안되는 해양수산부 장관과 안전행정부 장관을 교체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청와대 측이 먼저 정홍원 국무총리 사퇴 카드를 지난 27일 꺼내들었다. 전격적이었다. 책임을 지겠다는 청와대를 향해 새정치연합 안철수 대표는 “무책임하다”며 총리 사퇴를 비판했고, 청와대는 ‘그러면 사표 수리는 사고 수습 후’라며 사퇴 시기를 조율했다. 정부 대응 부실을 지적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던 새정치연합 측으로선 다소 맥빠지는 구간이다. 청와대의 선제 대응에 허를 찔렸다는 반응도 나온다.
대통령 사과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은 지난 29일 국무회의에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당초 새정치연합 내에선 ‘대통령 사과’는 전략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세월호 사고에 대한 대통령 사과는 당연한 다음 수순이기 때문에 굳이 이를 대응전략에 포함시킬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 사과’를 당 전략에 포함시킨 것은 안 대표인 것으로 알려진다. 박 대통령이 사과한 뒤 새정치연합이 취한 태도는 “국민께 위로가 되길 바란다”정도였다.
새정치연합은 당내 정치에서도 난맥상을 드러낸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연금법안을 반드시 처리해야한다는 지도부와 이에 반발하는 강경파 의원들 사이에 정치가 작동을 멈춘 것이다. 지난 28일 의원총회는 단적이다. 발언 의원 다수가 기초연금법안 처리에 반대했고, 찬성 의견은 소수였다. 당내 의견수렴을 하겠다는 당초 의총 취지는 퇴색됐고, 지도부는 여론조사를 실시키로 했다. 기초선거 무공천 등 주요 쟁점이 불거질 때마다 마지막 돌파구로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여론조사를 실시키로 하면서 리더십 부재 비판이 거세다. ‘여론조사당’이란 비아냥도 나온다.
당 일각에선 비주류 당대표의 한계라는 김 대표 동정론도 나오지만, ‘계파’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신념처럼 갖춘 김 대표가 스스로 한계를 규정짓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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