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1차는 의외였고, 2차는 아슬아슬했다. 지난 8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선거를 종합하면 이렇다.
선거 시작 전 ‘노영민-박영선’ 두 의원이 박빙의 경합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은, 1차 투표 결과에서부터 보기좋게 무너졌다. 선거 전엔 노 의원이 친노계와 민평련계, 충청권의 지지를 받아 세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노 의원(28표)은 1차 투표에서 3위 최재성 의원(27표)과 불과 한 표차 밖에 나지 않았다. 자칫 결선에 못오를 수도 있었단 얘기다. 박 의원측에서도 1차 투표 결과는 의외였다. 과반에 육박하는 52표의 몰표를 박 의원이 거둔 것이다. ‘박빙’ 대신 ‘낙승’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슬아슬한 2차 투표(결승) 결과는 삼십여분 뒤에 나왔다. 1차에서 과반에 육박하는 몰표를 박 의원이 얻었지만 2차에선 69표를 얻는데 그쳤다. 1차에서 최재성-이종걸 의원을 찍었던 48표 가운데 단 17명만이 박 의원을 찍은 것이다. 나머지 31표는 노 의원에게 갔다. 최종 투표 결과는 전체 의원 128명 가운데 69표를 얻은 박 의원이, 59표를 얻은 노 의원을 눌렀다. 표차는 10표지만, 6명만 더 노 의원이 얻었다면 결과가 뒤집힐 수도 있었던 아슬아슬한 결과였다.
정견발표에선 각 의원들의 특색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연설로 밥을 먹는’ 중진 정치인들의 발표는 치열했던 선거 열기만큼이나 볼만한 구경거리였다. 각 의원들의 특색을 요약하면(발표 순) 최재성 의원은 ‘연설가형’, 박영선 의원은 ‘감동형’, 노영민 의원은 ‘웅변형’, 이종걸 의원은 ‘솔직형’ 으로 평가된다.
첫 발표자로 나선 최 의원은 달변의 연설가형 정견발표로 참석 의원들을 휘어잡았다. “박지원 의원, 저 찍으십시오”라는 적절한 농담으로 의원들의 웃음을 끌어내기도 했다.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 얘기와 ‘내 몸의 반이 무너졌다’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표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그가 1차 투표에서 2위에 한표 모자라는 투표 결과를 끌어낸 것도 그의 정견발표 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당직자는 “현장에서 최 의원으로 옮겨간 표들도 있었을 것”이라 분석했다.
박 의원은 ‘감동형’ 발표였다. 그는 발표 초반, 팽목항에 갔을 때 봤던 ‘쪽빛 바다’를 언급하면서는 울먹이기도 했다. 경제민주화 등 원내대표가 됐을 때 힘있게 추진할 정책들을 언급할 때에는 특유의 또박또박 전달력이 돋보였다. 김승남-김광진 등 동료 의원 이름을 언급하면서는 “별처럼 빛나는”이란 수식을 붙이기도 했다. 특히 “을지로위원회에 예산을 우선 배정하겠다”는 공약은 이날 처음 공개된 것이었다. ‘표 계산’이란 분석도 있지만, 경제민주화의 원조를 주장하는 박 의원이란 점을 고려하면 진정성을 의심키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저 그렇게 쎈 사람 아니다’는 발언에선 의원들도 웃었다. 박 의원은 당내 대표적 ‘강경파’다.
노 의원은 시종 높은 톤의 ‘웅변형’ 연설을 선보였다. ‘60년 전통의 야당’을 강조할 때엔 어조가 최고조에 달하기도 했다. 그는 한편으론 ‘강한 야당’을 강조하면서도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아는 원내대표가 되겠다고도 했다.
마지막 발표자로 단상에 오른 이 의원은 ‘솔직형’이었다. 그는 “원내대표가 되기엔 부족하지 않느냐는 말씀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모두가 ‘내가 적임’이라고 말할 때 “내가 아니라더라”는 쉽지 않은 말을 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렇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겠다”는 말도 보탰다. 이 의원은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등 소위 김한길계 인사들이 지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1차 투표에서 그를 찍은 21표의 표 역시 상당수가 지도부 표가 아니겠냐는 분석이 많다.
세월호 사고로 물밑에서만 치열했던 새정치연합의 원내대표 선거에서 박 의원은 승리했다. 당 내에선 당이 처한 현재의 상황, 전직 원내대표의 반사효과, 박근혜 대통령의 대항마, 6월 지방선거ㆍ7월 보궐선거에서의 승리 등 종합적인 고려가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 투사됐고 그 결과가 박 의원의 승리로 마감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상대가 만만치 않다. ‘카리스마형’ 리더십이 돋보이는 전직 충남지사 이완구 의원이 새누리당 원내사령탑이다. ‘강대강’ 국면일 것이란 분석이다. 당장 박 의원이 풀어야 할 숙제는 당선 일성으로 내건 ‘5월 국회 개최’다. 새누리당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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