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선거가 1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야당 후보들의 단일화 변수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강한 여당 후보를 ‘이기겠다’는 의지로 야권 후보들이 단일화를 성사해 내는 분위기다. 부산에 이어 울산에서도 야권 후보 단일화가 성사됐다. 그러나 경남지사의 경우엔 여전히 단일화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다. 홍준표 경남지사의 재선이 확실시 되는 분위기다. 야당의 텃밭 광주 시장 선거에선 무소속 후보들의 단일화 변수가 호남권 ‘태풍의 눈’으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장 후보인 김영춘 후보가 지난 16일 전격 사퇴했다. 이에 따라 야권의 부산시장 후보는 오거돈 후보로 확정됐다. 김 후보는 부산시의회 브리핑 룸에서 “부산 대개혁과 기득권 타파를 위한 대승적 결단으로 오거돈 후보에게 후보직을 양보하기로 했다”며 “이번 부산시장 선거에서 오 후보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함께 자리한 오거돈 후보는 “이 자리는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시민의 뜻을 받은 아름다운 역사로 남으리라 확신한다”며 “오늘 단일화는 부산의 20년 일당 독점체제를 뛰어넘어 새로운 시민의 시대를 여는 역사적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부산시장의 야권 후보가 단일화 되면서 부산 시장 선거에선 ‘1:1’ 구도가 확정됐다. 친박계 인사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와 무소속 오 후보가 10여일 남은 ‘혈투 경선’을 치르게 된 것이다. 그간의 여론조사를 거칠게 분석하면 세 후보의 지지율은 3, 오 후보는 2, 김 후보는 1가량이었다. 오 후보와 김 후보가 단일화하면서 대등한 선거전 양상이 펼쳐질 공산이 커진 것이다.
서 후보는 즉각 반발했다. 그는 “후보단일화라는 것이 인위적으로 짝짓기를 하는 반칙 정치”라며 “단일화를 빙자하여 권력을 나눠먹는 야합 정치에 다름 아니라는 제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단일화는 그야말로 예상된 수순”이라며 “단일화에 대한 효과는 이미 단일화를 위한 절차와 과정에서 여러 언론에 발표돼 이미 오 후보가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 후보의 ‘단일화 효과 미미’ 주장과는 달리 ‘1:1’ 구도에서 오 후보가 서 후보를 크게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다. 한겨레신문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12~13일 부산시장 선거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오 후보(41.1%)가 서 후보(28.4%)를 10%포인트 넘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극투표층’에선 오 후보(51.9%)와 서 후보(27.6%)간 격차가 더 컸다.
울산 시장 선거에서도 야권 후보들의 단일화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통합진보당 이영순 울산시장 후보는 지난 16일 사퇴했다. 이 후보는 울산시의회 프레스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능정부 심판을 위해 밑거름이 되겠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전 의원이 사퇴하면서 새정치연합의 이상범 후보와 정의당 조승수 후보 사이의 단일화에 관심이 집중된다. 세 후보는 지난 6일 후보단일화 방안에 합의했었다.
같은 영남이지만 경남 지사 후보들의 단일화는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엔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 새정치연합 김경수 후보와 통합진보당 강병기 후보의 단일화가 핵심인데 양측 모두 ‘내가 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강 후보는 김두관 전 지사와의 ‘단일화 기억’을 떠올리며 “정치 도의상 홍준표 지사가 당선된 보궐선거를 유발한 책임 측면에서 볼 때 (새정치연합이) 이번엔 저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제가 임하고 있는 이번 선거는 통합진보당을 살리느냐, 죽이느냐 하는 기로에 있는 것으로 야권 단일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측으로서도 선뜻 나서기 쉽지 않다. ‘종북 논란’의 정중앙에 있는 통진당과의 단일화가 자칫 선거를 앞두고 여권 측의 ‘색깔론’ 공세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드러내놓고 단일화를 할 경우 ‘색깔 공세’ 우려가 크다. 조용한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시장 선거도 단일화가 태풍의 눈이다. 김한길-안철수 새정치연합 당 지도부의 윤장현 후보 전략공천에 반발한 이용섭 의원과 강운태 시장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해둔 상태다. 전략공천 후 윤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만큼, 양측의 후보 단일화는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이란 게 대체적 관측이다. 양측은 오는 28일까지 여론조사를 통해 무소속 후보를 1인으로 줄이는 방안에 합의해둔 상태다.
만에 하나 윤 후보가 당선이 되지 않을 경우 광주시장 사상 처음으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는 역사가 확정될 전망이다. 특히 광주는 올해 초 ‘안철수 바람’의 진원지였던 탓에 안 대표의 정치적 리더십은 심각하게 손상될 우려가 높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광주 시장 선거는 사실상의 ‘안철수 재신임’ 투표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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