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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해창 선임기자의 생생e수첩> 국민전성시대
세월호 참사가 남긴 상처가 워낙 깊고 심각해 쉽게 아물지 않을 것입니다. 한 달 보름을 넘기고도 아직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꼽자니 열손가락이 훨씬 모자랍니다. 현장을 지키는 그 가족들의 고통이 어떨지는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큽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 실종자를 찾아야 합니다. 보낼 때 보내더라도 딱 한번만이라도 안아보려는 애끓는 심정을 생각해서라도 말입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론 미안하다는 말보다 더 크게 남긴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굳건히 지키는 일에 매진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란 듯이 세월호 그 자리에 국민의 힘으로 우뚝 서야 합니다. 그야말로 ‘국민 전성시대’를 활짝 열어야 합니다. 국민의 힘으로 고칠 것은 고치고 바로 잡을 것은 바로잡아야 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국민이라는 실체 앞에 법도 제도도 사회적 관행도 모두 꼬리 내린 형국입니다. 국민의 심사를 잘 못 건드렸다간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온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느 순간엔가 공직사회는 적폐(積弊)의 온상으로 낙인찍히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국민의 힘은 거칠 것이 없습니다. 게다가 지방선거까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국민의 입김, 그러니까 여론의 향배에 정치적 생명이 오락가락합니다. 힘이 있든 없든 정치인이라면 표심 살피기에 하루 24시간이 부족합니다. 한 순간 밉보이면 그 것으로 정치적 생명은 끝이 나고 맙니다.

지금 전면개각이 불가피하게 된 것도, 얼마 전 대통령의 두 눈에 눈물을 쏙 빼낸 것도 국민입니다. 공직사회의 고강도 청렴을 요구하는 ‘김영란법’의 부활도, 세월호 재발 방지를 위한 ‘유병언법’의 발호(發號)도 사실상 국민이 이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런 국민이 초강력 ‘국민정서법’까지 갖췄으니 놀랍기만 합니다. 물론 국민정서법이 만고진리일 수는 없습니다. 불문율(不文律)인데다 여론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니 법규범을 무시하는 맹점이 있긴 합니다. 그럼에도 헌법보다 더 센 것이 국민정서법이란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나라 다시 세우기가 우리 사회에 최대 화두입니다. 안대희 국무총리 지명자가 맨 앞에 설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가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대법관 퇴직 후 변호사 개업 5개월간 벌어들인 돈 16억 원이 문제입니다. 3억 원을 뒤늦게 기부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정홍원 총리가 사의를 밝힌 직후 일이라고 하는 군요.

야당은 그를 관피아(관료+마피아)의 백미인 ‘법피아’의 대표적 인물로 지목했습니다. 관피아 척결을 책임질 이가 관피아 골수로 몰린 겁니다. 안 지명자가 스스로도 벌어들인 돈이 지나쳤다며 남은 돈 11억 원을 전액 기부하겠으니 기분 좋게 생각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야당은 청문회를 단단히 벼르는 입장입니다.

청문회 분위기와 또 결과가 어떨지는 지켜 볼 일이지만 결국은 국민이 정서법을 들고 나서야 할 문제입니다. 이럴 때 일수록 차분하고 합리적으로 판단을 해야 합니다. 앞서 지적했듯 여론이 모두 올바를 수 없듯이 국민정서도 얼마든지 현실과 동떨어지고 또 충분히 왜곡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일은 국가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계기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 만큼 국민 모두 현명하고 냉철하게 법 감정을 다스려야 할 것입니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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