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에는 미국의 셰일가스(shale gas)와, 핵을 포기한 이란의 국제원유시장 합류가 있다. 처음엔 채굴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셰일가스를 견제하려는 중동국가들의 가격인하 이유도 컸다. 하지만 유가가 너무 떨어지자 산유국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는 감산에 들어갔고, 2016년부터 국제유가는 반등을 시작한다. 이때부터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하며 유가와 금리의 동반상승이 시작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지킬 때만해도 우리나라 상품수지 흑자는 분기당 10~15억 달러 수준이었고, 많아야 25억 달러를 넘지 못했다. 그런데 유가하락과 함께 흑자폭이 늘어난다.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닌데, 국제유가 하락으로 수입이 급감해서다. 이른바 ‘불황형 흑자’다. 2016년부터는 국제유가가 반등으로 수입액이 증가했지만, 호황을 맞이한 반도체가 수출을 이끌며 양호한 흑자폭을 이어갔다.
5일 한국은행이 집계한 4월 경상수지 흑자는 17억7000만 달러다. 2012년 3월 이후 74개월째 흑자행진이지만, 2012년 4월 이후 최소규모다. 수출이 7% 늘 때, 수입은 12.5% 급증한 때문이다. 예전 고유가 때는 자동차와 조선, 철강 등의 수출이 더 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반도체 수출만 증가세다. 예전보다 국제경쟁력이 크게 약화된 조선과 자동차는 오히려 적자다. 국민들의 해외소비는 더 늘었고, 외국인 배당도 급증세다. 트럼프의 무역전쟁, 변화하는 소비행태, 강화되는 주주권 등을 감안할 때 지금의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반도체 호황은 점차 가라앉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유가는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적어도 트럼프 정부에서는 세일가스 등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중동 불안을 키우고 무역전쟁도 불사하는 정책흐름이 유력하다. OPEC과 러시아의 증산도 가격상승세를 훼손시킬 정도는 아니며, 이란의 공백을 메우기도 부족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의 최근 보도를 보면 지난해부터 글로벌자금이 국제원자재의 변수(factor)들에 투자하는 리스크 프리미아(Risk premia) 전략으로 몰리고 있다. 가격상승에만 투자하는 전략은 아니지만, 이처럼 다양한 원자재 파생상품으로 돈이 몰리면 값이 오를 확률이 높아진다.
물가가 오르고 금리가 지금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 빚이 문제다. 담보대출은 안전하다지만 부동산 규제가 강화돼 담보물 가치가 훼손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주력 산업의 수출경쟁력도 문제다. 경상흑자 기조가 훼손되면 달러 공급에 대한 우려로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 위기까지는 아니지만 경제에 ‘노란불’이 들어온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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