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임의로 신분시점 바꿀수없어”
정년퇴직하는 공무원은 퇴임 당일 0시부터 바로 공직신분이 사라지기 때문에 그 이후로는 공무상 재해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7부(부장 함상훈)는 사망한 초등학교 퇴직 교장 김모 씨의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유족보상금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 씨가 정년퇴직 당일인 지난해 2월 28일 학생 인솔업무 도중 사망했더라도 공무상 순직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씨는 정년에 이른 2월28일 0시에 퇴직 효과가 발생해 공무원의 신분을 상실했다”며 “공무원 신분이 아닌 같은날 오후 3시경 사고로 사망한 것을 공무원 재직중 사망한 경우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공무원은 권한 뿐만 아니라 의무도 가지고 있으므로, 그 신분의 시작과 종료 시점은 법률로 정해져야 하고, 국가가 법률 규정과 달리 임의로 시점을 변경할 수 있는 재량을 가진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만약 김 씨 유족의 주장을 받아준다면, 법률에 반할 뿐만 아니라 정년 이후 언제까지 (지위)연장이 가능한가라는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곁들였다.
김 씨는 1978년 교사로 임용했고, 2016년 9월부터는 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했다. 이 학교에는 배구부가 있었는데, 전국소년체전에 출전을 위해 전지훈련을 하기로 했다. 원래 체육부장 담당 교사가 배구부 학생들을 인솔할 예정이었지만, 인사발령으로 인해 참여할 수 없게 되자 김 씨가 나서 학생들을 데리고 훈련지로 떠났다. 김 씨는 훈련 일정이 끝난 뒤 학생들과 별도로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해 귀가하는 길에 마주오던 덤프트럭과 충돌하는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김 씨의 유족들은 공무원연금공단에 순직유족보상금을 청구했다 당일인 지난해 2월 28일 퇴직하긴 했지만, 그 전인 26일부터 출장 신청서를 내 인솔 업무를 맡았고, 돌아오는 길에 사망했다면 공무상 순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공단은 28일 0시를 기점으로 김 씨의 공무원 신분이 소멸했다며 보상금을 주지 않았고, 유족들은 소송을 냈다.
좌영길 기자/jyg9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