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실적 압박 등 공무상 스트레스로 우울증 악화된 것”
서울행정법원[법원 제공]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아왔어도 공무상 스트레스로 증상이 악화돼 극단적 선택을 했다면 순직을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3부(부장 박성규)는 사망한 경찰관 A씨의 배우자가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낸 순직유족급여 부지급 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는 공무상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발병 및 악화됐다”며 “그로 인해 정상적인 인식과 판단 능력이 현저히 저하돼 자살에 이르게 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팀장으로서 상부로부터는 업무실적 압박을 받는 한편, 팀원들에게는 실적을 올리라 질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또 A씨가 자신의 팀이 수사한 사건에 대해 부실 수사 등을 주장하는 민원과 소송이 제기돼 팀원들을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으로 괴로워했다고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A씨의 우울증이 발병 및 악화되고 그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된 주된 원인은 공무수행에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비록 A씨가 오랜 기간 경찰공무원으로 복무하면서 수사 업무를 오래 맡았더라도, 위와 같은 공무상 스트레스는 업무경력과 무관하게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A씨가 2015년 마지막 정신과 진료를 받은 이후 2년 동안 전혀 병원을 찾지 않다가 2017년 무렵부터 받은 공무상 스트레스로 집중적으로 우울증의 발병 및 악화가 진행됐다고 봤다.
30년차 경찰공무원인 A씨는 2017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씨는 일선 경찰서의 지능범죄수사팀장을 맡던 2017년께, 사건 처리가 느리다는 등의 민원과 이에 대한 상부의 질책을 받았다. A씨 팀이 수사한 사건이 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아 피고인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일도 있었다. 일련의 사건으로 불면과 불안 증상을 얻은 A씨는 다시 정신과를 찾기 시작하고 입원 치료도 받았다.
유족은 A씨가 공무상 질병으로 사망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순직유족급여를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사혁신처는 A씨가 18년 전부터 우울증 병력이 있었고, 지속적으로 수사업무를 수행해오면서도 증상의 완화와 악화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고 맞섰다. 인사혁신처는 A씨의 사망은 직무수행으로 인한 결과가 아니라 개인적인 성향에 따른 것이라고 봤고, 순직유족급여 부지급 처분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유족은 소송을 냈고, 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th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