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병원, 과태료 500만원 내면 그만… 유가족에게 공식적 사과 없어
[헤럴드경제(인천)=이홍석 기자]지난 2월 발생한 가천대길병원 전문의 사망은 당시 병원측이 ‘돌연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지만, 사망 직전 과로인 것으로 인정됐다.
업무중 과로사로 인정받음에 따라 주 80시간으로 근무 시간을 제한하는 ‘전공의 특별법’을 어겨도 병원 차원에서는 과태료 500만원만 물면 되기 때문에 길병원 전공의들 근무환경은 열악한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개선해야 하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가천대 길병원 전경. |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5일 가천대길병원 전문의 고 신형록 씨 유족이 제출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에 대해 업무상 질병 판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산재에 해당하는)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했다.
부검 결과, 신씨의 사인은 ‘해부학적으로 불명’으로 나왔으나 업무상 질병 자문위원회는 관련 자료 등을 검토해 신씨의 사망을 ‘급성 심장사’로 추정했다.
신씨는 발병 직전 1주일 동안 업무 시간이 113시간이나 됐고 발병 직전 12주 동안 주 평균 업무 시간도 98시간에 달해 업무상 과로 기준을 초과했다.
근로복지공단은 “고인은 지난 1월부터 소아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면서 과중한 책임감과 높은 정신적 긴장 등 업무상 부담 가중 요인이 확인됐다”며 “고인의 사망은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됐다”고 했다.
하지만, 신씨의 사망 당시 길병원 측은 신씨의 근무표와 근무 당시 입원 환자 수 등 자체조사 결과, 수련 환경에는 문제가 없었고 과로사 징후도 발견되지 않아 ‘돌연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그렇치만, 의료계에서는 “길병원이 파악하고 있는 근무실태와 실제 전공의들의 근무시간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과로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제시됐었다.
지난 2017년부터 시행된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 7조에 따르면 병원은 전공의에게 한 달 평균 1주일에 80시간까지 수련을 시킬 수 있으며 교육목적으로 8시간까지 이를 연장할 수 있다.
해당 법은 병원이 전공의에게 연속해서 36시간을 초과해 수련을 시켜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36시간까지는 연속 근무를 허용하고 있는 셈이다.
신씨 역시 사망 하루 전인 지난 1월 31일 24시간 근무한 뒤 사망 당일에도 12시간을 더 일하고 오후 7시에 퇴근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길병원 측은 당시 주당 80시간을 준수했다며 당직표 등을 공개했다, 그러나 사실 신씨는 주 3일 당직을 섰고 평상시 24시간 이상 연속 근무를 했던 사실이 드러나 사실상 주 110시간을 근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병원 측이 제출한 근무표에는 존재하지 않는 당직 근무와 보장되지 않은 휴게 시간 등이 밝혀지면서 길병원 측이 ‘전공의 특별법’의 주요 규정들을 어긴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현재 해당 사건으로 길병원이 전공의 특별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병원 측은 복지부로부터 5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 외에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은 채, 유가족에게 공식적인 사과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gilber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