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단톡방 100여명 참여…고소전 더 늘것
파충류 사기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한 정모 씨가 공개한 업자 서모 씨와의 문자 내역. |
피해자 100여명은 단체 카카오톡을 만들어 고소를 진행하고 있다. [독자제공] |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서울 강남구에 사는 정모 씨는 지난 3월 9일 희귀뱀을 사기 위해 알아보던 중 시중보다 20~30%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수입업체를 발견했다. 판매업자 서모(41) 씨와 상담을 한 후 정 씨는 그에게 35만원을 입금하고 뱀을 4월 15일에 받기로 했다. 그러나 이후 4개월이 지나도록 정 씨는 파충동물을 받지 못했다. 서 씨는 처음 “수입과정에 문제가 생겨 늦어질 것 같다”고 하더니 연락조차 잘 닿지 않았다. 정 씨는 결국 서 씨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정 씨는 “파충류 매니아들 사이에서 서 씨는 싸게 판매한다고 입소문이 난 사람이었다”며 “아무리 기다려도 뱀은커녕 돈도 받지 못했다”면서 분통을 토했다.
파충류 수입업자가 희귀파충류를 싼 가격에 판매한다고 한 뒤 잠적하는 사기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충북 충주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서 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중이라고 8일 밝혔다. 서 씨는 고객들에게 선금을 받고서 제대로 물건을 보내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피해자 15명이 고소장을 접수했고, 경찰이 파악한 피해규모는 총 900만원 정도다.
그러나 경찰에 아직 고소를 하지 않은 피해자는 더 많다. 피해자 단체 카카오톡방에는 100여명이 모여 피해사례를 모으고 법적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곳에서 알려진 1인당 피해 금액은 25만원~520만원 등 다양하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서 씨에게 희귀뱀·악어 등 희귀 파충동물을 사려다가 돈을 입금하고 받지 못했다. 예약을 할 때는 빠르게 답변을 하던 서 씨는 송금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가 일주일에 한두번 블로그에 사과글만 올렸다. 생물이 곧 수입된다며 수천만원 해외송금내역을 게시하기도 했지만, 피해자들은 실제 송금한 액수는 이와 다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소가 이어지자 서 씨는 결국 지난 7월 28일 자신의 블로그에 모든 사업을 그만두겠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어떻게든 사업을 이어나가려고 노력했지만 지금까지의 행보가 가족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고, 가족들의 바람대로 관련 일을 그만두고 다 정리하려고 한다”며 “손해수익 여부를 떠나 모든 수입 진행을 포기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금액적으로 모두 정리하고 문제가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표했다.
경찰은 서 씨가 파충류 수입을 위해 실제로 해외 수입업체에게 돈을 보낸 사실이 있는지 등 사실관계를 살펴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고소건이 계속 늘고 있다”며 “사기혐의가 입증되려면 서 씨가 고의적으로 고객들의 돈을 빼돌렸는지를 파악해야 하는데 이를 집중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sa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