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이후 다시 10만건 눈앞
인천·수원지법 접수 1·2위 차지
‘대출 규제’ 여파 반영된 듯
대표적인 불경기 지표 중 하나인 경매 신청 접수 건수가 올 상반기에만 5만건을 넘어섰다. 3년 연속 증가세로, 이 추세대로라면 2014년 이후 5년만에 10만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8일 법원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전국 법원에 접수된 경매 사건은 5만995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접수된 경매 사건 9만929건의 60%에 달하는 수치다. 월별 통계를 보면 지난해에 비해 증가세가 꾸준하다. 1월 경매 접수 건수는 8987건으로, 지난해 동월 대비 903건이 늘었다. 2월도 6870건으로 2018년에 비해 318건이 증가했고, 3~6월에도 지난해 동월 대비 적게는 700건대, 많게는 1900건 이상 많았다. 2017년 8만5762건에서 지난해 9만929건을 기록한 경매사건은 3년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7월 전국에서 진행된 법원경매 건수는 총 1만2128건으로 2016년 5월(1만2132건) 이후 가장 많았다. 지역별로 가장 높은 진행건수 증가세를 보인 곳은 인천(328건)과 부산(317건)으로 전월 대비 300건 이상 증가했다. 그 뒤를 이어 충남(250건)과 전북(219건)도 200건 이상의 진행건수를 기록하면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경매는 경기의 후행지수로 일컬어진다. 경기가 침체될수록 경매 물건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새올법률사무소의 이현곤(50·사법연수원29기) 변호사는 “상환능력이 떨어진 채무자가 늘어났고, 담보권자인 은행 등이 권리를 행사해 법원 경매로 넘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경매 사건의 특징은 수도권 외곽에서부터 파장이 크게 일고 있다는 데 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전국 각급 법원에서 경매 매물이 가장 많이 접수된 1·2·3위는 매달 인천지법, 수원지법, 의정부지법이었다. 반면 서울 관할의 법원은 중위권 혹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6월을 기준으로 전국 59개 전체 법원 중, 6월 서울북부지법이 14위, 남부지법 19위, 중앙지법 21위, 서부지법 30위, 동부지법 37위로 나타났다.
더리드 공동법률사무소의 윤경(59·17기) 대표변호사는 “이 현상은 현 정부 부동산 정책과 밀접하게 연관된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갭투자를 일삼는 걸 막기위해 대출규제를 강화했는데, 도리어 융자 없이 집을 살 수 없는 실수요자 일반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결국 자본력이 딸리는 외곽에서부터 감당을 못해 집이 경매로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매 매물은 시세가 보다 싼 가격에 살 수 있어 투자자들의 각광을 받는다. 법원이 책정한 최소매각가액인 감정평가액 아래로 가격을 써내거나, 응찰자가 없으면 유찰돼 20%씩 가격이 점점 내려간다. 하지만 경매로 나온 아파트에 안 나가고 버티는 세입자가 있거나, 저당권이 여럿 설정돼 있다면 낙찰 대금을 납부하고도 후속 분쟁이 이어질 위험이 있다. 사려는 토지 위에 미등기 건물이 있으면 ‘법정지상권’이 성립할 수 있다. 법적으로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다른 경우 건물 소유자가 토지 상에 있는 건물을 사용할 수 있어 토지를 낙찰 받고도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될 위험이 있다. 윤경 변호사는 “이를 피하려면 법원 집행관이 작성하는 현황조사보고를 잘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매는 담보물을 처분하는 임의경매와, 담보권자가 아닌 일반 채권자가 민사소송에서 이겼을 때 실행되는 강제경매로 나뉜다. 이밖에 공유물을 분할하거나, 법인을 청산할 때도 경매가 이뤄진다. 경매개시 결정 이후 물건에 얽힌 권리는 말소되는 게 원칙이지만, 그 이전에 설정된 전세권이나 확정일자가 설정된 임차권, 지상권 등은 그대로 인수된다. 이러한 권리관계는 등기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담보물이 없는 강제경매는 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된 후에야 이뤄지기 때문에 임의경매보다 훨씬 처리 속도가 느리기 마련이다. 실제로 강제경매 건수는 임의경매의 5분의3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민경 기자/th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