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서울 지하철1호선 시청역에는 음료수거통이 있다. 시민이 커피, 주스 등 일회용 컵에 담긴 음료를 마시고난 뒤 남은 액체를 따로 분리해 버릴 수 있도록 빈 생수통을 활용해 제작한 한 것이다. 그간 남은 음료수가 쓰레기통에 흘러내려 악취가 나고 주변이 지저분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 막기 위해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아이디어를 짜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처럼 쾌적한 역사 환경과 승객 편의를 위한 서울 지하철의 이색 시설물을 9일 소개했다.
습식청소기로 승강장을 청소하는 모습. [서울교통공사 제공] |
요즘 지하철역 청소 때 200㎏ 짜리 대형 청소기가 ‘열일을 한다’. 3년전만해도 계단, 승강장, 대합실 물청소를 위해 밀대형 물걸레와 양동이가 동원됐지만, 지금은 그 습식청소기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물청소 과정에서 물이 선로나 기계시설에 유입돼 고장이나 부식을 일으키는 문제가 발생하면서다. 습식청소기는 무게가 200㎏이고 가격도 400만~650만원에 이르는 고가지만, 청소 효율이 높다. 이전에는 300평 기준으로 1시간 동안 필요한 청소인력은 5명이었지만, 습식청소기로는 1명이면 충분하다. 현재 277개 역 중 바닥마감재가 습식 청소에 적합하지 않은 43개를 제외한 234개 전체 역에서 도입이 완료됐다.
1. 직원 아이디어로 고안한 음료수거통(맨 왼쪽). [서울교통공사 제공] |
마시고 남은 음료를 버릴 수 있는 18.9ℓ짜리 음료수거통은 지난해 9월에 강남역 등 3개역에 최초 설치됐다. 이후 설치 장소가 늘어 신촌역, 서울대입구역, 광화문역 등 11개역 40곳에서 볼 수 있다.
공사는 향후 음료수거통의 디자인을 개선하고 설치를 확대할 예정이다.
열차 운행이 모두 종료된 새벽에는 길이 2m의 대형 집게가 등장한다. 역 직원은 열차가 다니지 않는 시간에 승강장 안전문을 열고, 집게로 선로에 떨어진 유실물을 수거한다. 열차와 승강장 사이 틈새에 주로 빠지는 물건은 승객이 빠뜨린 휴대폰, 지갑, 안경, 우산 등이다. 지난달 8호선 강동구청역에선 승객이 손에 들고 있다 놓친 카디건을 이 집게로 되찾기도 했다.
5호선 답십리역에는 샐러드자판기도 있다. 전체 277개 역 중 유일하다. 지난 6월부터 3900원짜리와 5500원짜리 등 2종을 판매하기 시작해 첫달에 282만원의 매출고를 올렸다. 지난달에는 43%가 늘어난 403만원을 기록했다. 공사는 을지로3가역과 충정로역에 추가 설치를 검토 중이다.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앞으로도 시민이 좀 더 쾌적하고 편리하게 서울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직원들과 아이디어를 모으고 적극 실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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