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일본을 지배하던 16세기만 해도 일본의 중심은 교토(京都)와 오사카(大阪)가 위치한 간사이(關西)를 중심으로 서쪽에 치우쳤다. 외부와의 교류 통로인 한반도와 가깝고 기후도 온화해서다. 1603년부터 시작된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에도(江戶) 개발은 오지로 여겨졌던 간토(關東)를 새로운 중심으로 끌어올리고, 도호쿠(東北) 지역의 발전도 자극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훗카이도(北海道)도 본격적으로 일본에 편입된다.
롯데그룹이 롯데캐피탈을 일본 롯데홀딩스가 지배하는 롯데파이낸셜코퍼레이션(롯데FI)에 넘기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비 금융지주사인 롯데지주가 금융회사 지분을 소유할 수 없다. 외부에 매각할 수도 있었지만, 시너지를 감안해 그룹 잔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의 이번 행보로 일단 사모펀드(PEF)에 경영권이 넘어간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의 미래 선택지가 넓어지게 됐다. 실제 신동빈 롯데 회장은 두 회사를 매각하면서도 금융업에 대해 강한 애착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카드는 MBK·우리은행 컨소시엄에 최대주주 지위를 넘겼지만 롯데가 20% 지분을 보유하는 조건이다. 비지배 지분이지만, 금산분리 취지의 공정거래법 체제에서 롯데지주가 계속 보유하기 거북하다.
롯데손보도 보험업의 특성상 계열사 사업의 다양한 위험에 대한 정보가 많다. 특히 화학이나 건설 등 사고위험이 큰 업종은 경영의 핵심정보를 보험사에 노출해야 한다. 경영권을 계속 제3자에 맡기기 불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카드와 보험 모두 그룹 주력인 유통업과 시너지가 상당하다.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백미(白眉)는 호텔롯데 상장이다. 호텔롯데 기업가치를 약 10조원으로 추정하면 롯데홀딩스는 상장시 구주매출로 3~4조원은 거뜬히 손에 쥘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거액을 일본에 현금으로 가져간다면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어렵다. 공교롭게도 롯데카드와 롯데손보 매각규모는 각각 1조3810억원, 3734억원으로 2조원 미만이다. 수 년 후 PEF에 일정 수익을 남겨주더라도 롯데홀딩스가 호텔롯데 상장 차익만으로 매입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이다.
이번 행보로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에 대한 직접적인 지배력 강화에 나설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현재 롯데홀딩스는 신 회장을 지지하는 임직원 지분이 과반을 넘어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지배하는 광윤사의 경영개입을 막고 있다. 항구적인 경영권 보장을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카드와 손보의 재매입까지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호텔롯데 지분율도 더 높여야 하는 만큼 상당한 자금이 필요할 수 있다. 롯데쇼핑 등 신 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한 지분을 유동화 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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