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이어 강남구 아파트도 평균 전세가 9억원 넘어
경기도권에선 판교신도시 전셋값 10억원 넘겨 거래
가을이사철 3기 신도시 이주수요에 가격 더 오를 수도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 서울 강남 대장주로 떠오른 ‘래미안대치팰리스’ 114㎡(이하 전용면적)는 지난달 12일 보증금 20억원, 월세 150만원에 임대차계약을 했다. 통상 이 일대에서 월세 30만~40만원이 보증금 1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전세보증금으로는 23억7500만~25억원에 계약된 셈이다. 두 달 전인 6월 10일 같은 규모가 22억원 전세 최고가를 기록했는데, 한 달에 1억원씩 몸값이 높아진 것과 같다.
사정은 같은 단지 다른 규모도 마찬가지다. 91㎡의 경우 7월 25일 전세가 17억원에 거래됐는데 이 역시 전세 최고가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SK뷰’(오른쪽)와 ‘래미안대치팰리스’. 대치동 신축 아파트의 전셋값이 15억원을 넘겨 거래되고 있다. [헤럴드경제DB] |
‘학군 1번지’ 강남구 대치동 새 아파트 전세 가격은 최근 15억원을 넘겨 거래되고 있다. 중대형은 20억원이 넘는 값에도 계약서를 쓰고 있다.
이 일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실거주하지 않으면 매매가 불가능하다. 사실상 ‘전세 낀 아파트 매매’를 막은 것인데, 결과적으로 임대차 매물을 줄이면서 전세 몸값을 높이게 됐다. 학군지로 임대차 수요가 끊이지 않다 보니 희소성에 가격이 오르는 것은 수순이다.
‘대치아이파크’도 7월 31일 84㎡의 전세가가 14억2000만원에 거래됐는데 6월 거래가는 11억5000만원이었다. 119㎡는 지난달 31일 19억5000만원에 전세계약서를 썼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9월 첫주(7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63주 연속 상승을 이어갔다. 감정원 관계자는 “임대차 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과 실거주 요건 강화 등으로 매물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 가운데서도 선호지역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11일 민간 시세조사업체 부동산114가 실제 전세계약과 회원 중개업소를 통해 받은 적정 시세, 그리고 자체 조사 등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대치동이 속한 강남구의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달 9억330만원으로, 서초구에 이어 두 번째로 9억원을 넘겼다. 서초구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9억2570만원, 송파구는 7억494만원을 기록했다.
반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아파트 전세 가격이 가장 저렴한 곳으로 집계된 도봉구(2억6849만원)는 서초구의 30%도 되지 않았다.
경기도권에서도 선호지역의 전셋값은 차별화돼 나타났다. 특히 IT기업 밀집지역인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판교신도시의 전셋값 상승이 두드러진다.
‘판교푸르지오그랑블’은 8월 21일 139㎡가 전세 15억원에 계약이 성사된 데 이어 98㎡가 29일 10억원에 전세계약서를 썼다. 둘 다 역대 최고가다. ‘판교알파리움’ 2단지도 지난달 초 110㎡가 11억원 전세 신고가에 계약됐고, ‘판교푸르지오월드마크’도 8월 7일 134㎡가 13억5000만원 역대 최고가에 전세계약을 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경기도 전셋값은 57주 연속 상승하고 있는데 3기 신도시 청약을 노리는 이주 수요와 가을이사철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경기는 내년부터 사전 청약을 받기 때문에 이주하는 전세 수요가 나타나면서 일부 인기 지역의 전세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경기도 평균 전셋값은 지난달 2억7654만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전셋값이 전달보다 가장 많이 오른 곳은 하남시(4.0%)로, 사전 청약 수요의 이주가 이뤄지면 전세 상승세는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yjsu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