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대형 ‘똘똘한 한채’로 이동
코로나19 이후 ‘넓은 집’ 선호
늘어난 세금 더해진 호가 상승도 한 몫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거래 없죠. 2.5단계 이후부터는 매수 문의도 줄긴 했는데, 팔리면 신고가에요. 특히 지금 115㎡·135㎡(이하 전용면적)은 매물이 없어요. 나오면 바로 나갈 거에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종합상가 내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실제 이 단지는 비수기였던 지난 7~8월, 7개의 면적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198㎡·222㎡만 제외하고 모두 역대 최고가에 거래됐다.
3.3㎡당 1억원에 팔리면서 화제가 된 아크로리버파크와 더불어 래미안퍼스티지는 오랜 기간 이 지역 대장주로 자리하고 있다. 이곳의 집값 움직임이 초고가 주택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단지 입구 [헤럴드경제DB] |
눈에 띄는 것은 대형 규모의 약진이다.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래미안퍼스티지 단지의 59㎡, 84㎡, 115㎡, 135㎡, 168㎡등 규모별로 모두 신고가를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상승폭이 가장 큰 것은 135㎡이다. 해당 면적은 T1, T2 두 개 타입으로 구성됐는데 잠원초등학교를 끼고 있어 앞이 탁 트인 고층 매물이 7월 41억원에 팔렸다. 이는 같은 타입의 직전 매매가 37억5000만원보다 3억5000만원이 더 오른 값이다. 현재 호가는 42억원이 넘는다.
주거선호도가 가장 높은 84㎡가 32억원에 팔리면서 종전 신고가 31억원보다 1억원 몸값을 높인 것을 감안하면 상승세가 가파르다.
이 일대 공인중개업 관계자는 “재건축을 통한 주변 새 아파트에 130㎡이 넘는 대형을 찾기 어렵다”면서 “다주택자 규제로 하급지 물건을 정리한 자산가가 똘똘한 대형 한 채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수 문의가 줄었다해도, 1~2명이 매수 의사를 밝히면 바로 최고가에 팔리곤 한다”면서 “특히 코로나 상황이 길어지면서 ‘더 넓은 집’ 선호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헤럴드경제DB] |
실제 각 지역 랜드마크 지역의 대형은 최근 연일 신고가를 새로 쓰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이 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현금 자산가들이 수십억원을 싸들고 대형 아파트 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반적으로 거래가 위축된 상황에서 이 같은 움직임은 눈에 띌 수 밖에 없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도 지난달 178㎡가 55억원 최고가에 팔린 데 이어, 129㎡도 48억5000만원 신고가에 거래됐다.
성수동 고급 아파트인 트리마제 137㎡도 7월 말 40억5000만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44층 고층으로, 6월 저층의 같은 평형대가 거래된 가격보다 9억9000만원 높다.
도곡동 도곡렉슬도 7월 134㎡가 35억9000만원(14층)에 팔렸는데 한달 전 비슷한 층수인 13층 물건은 31억원에 팔린 바 있다. 4억9000여만원이 오른 셈이다. 지난달 5일 잠실동 레이크팰리스 135㎡도 27억원에 계약서를 쓰며 전월 대비 2억원 몸값을 높였고, 아시아선수촌아파트도 151㎡가 7월 27일 32억5000만원에 팔리며 한달 전보다 1~2억원대 값이 올랐다.
동작구 한강조망권인 한강현대 아파트도 8월 7일 131㎡가 17억9000만원에 역대 최고가에 매매됐다. 직전 거래인 5월 중순 거래값은 14억9000만원으로 3억원이나 낮다.
통상 59㎡~84㎡ 등 중소형 거래가 많고 가격 상승폭도 높은 것을 감안하면,130㎡가 넘는 대형 면적의 이 같은 상승세는 이례적이다.
시장 안팎에선 대형의 가격 상승 원인으로 자산가들이 부동산 포트폴리오 가운데 주택을 실거주용 ‘똘똘한 한 채’로 재정리한 것 외에 늘어난 부동산 거래세도 꼽고 있다.
강남권 자산가들의 초고가 아파트 매매를 주로 돕는 한 공인중개업 관계자는 “재건축 수익성 등의 문제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130㎡ 이상의 대형 비중이 적어 공급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매도자가 늘어난 양도세를 더해 호가를 부르고 또 이 가격에 거래가 이어지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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