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로 ‘똘똘한 한 채’ 선호 뚜렷…“7월 이후 더 심해졌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단지의 모습. 지난 21일 이 단지 전용면적 240.23㎡(3층)가 73억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정부가 9월 들어 ‘서울 집값 상승세가 멈췄다’는 시그널을 잇따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극심한 거래절벽 속에서도 강남권 등 초고가 아파트들의 신고가 행진이 계속된 것으로 나타나 대조적인 모습도 포착됐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1일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면적 240.23㎡(3층)가 73억원에 손바뀜했다. 이 평형대에서 신고가로, 같은 단지 전용 240.305㎡(1층)는 지난 4월말 73억원에 거래된 바 있다. 이는 올해 전국 아파트 가운데 가장 비싼 매매가격이다. 한남더힐은 서울을 대표하는 최고급 아파트로 꼽힌다.
공교롭게도 한남더힐 계약이 이뤄진 이틀 뒤인 지난 23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서울 기준 9월 둘째주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4주 연속 0.01%, 강남4구의 경우 6주 연속 0으로 보합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가 사실상 멈춘 모습”이라면서 “9월 들어 서울 지역 아파트값 상승세가 멈추고 매매심리의 진정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홍 부총리는 “개별단지별로는 신고가와 가격하락 사례 등이 혼재하는 상황”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거래가격이 30억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들의 경우 자산가를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더욱 심화하면서 하락 사례는 사실상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거래 자체가 워낙 없는데다, 실제 이뤄진 한 두 건의 거래에서는 대부분 신고가를 찍는 사례가 더 많았다.
한강변 ‘대장주 아파트’ 중 하나로 꼽히는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5㎡는 지난 8일 35억9000만원에 실거래됐다. 해당 평형은 지난 7월 35억70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두 달 만에 2000만원이 오르면서 다시 신고가를 기록한 것이다.
역시 초고가 아파트로 꼽히는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 전용 174.67㎡는 지난 7일 37억6000만원으로 신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올해 6월 같은 평형대 실거래가 34억8000만원에 손바뀜한 것을 감안하면 3개월 만에 3억원 가량 급등한 것이다.
거래 자체가 거의 없는 성동구 갤러리아포레의 경우에도 지난 14일 전용 170.88㎡이 실거래가 33억원을 기록했고, 송파구 문정동의 올림픽훼밀리 전용 192.235㎡도 이달 4일 25억500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두 매매거래 모두 신고가로 이름을 올렸다.
초고가 아파트의 전반적인 가격도 오름세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지난 14일까지 서울의 3.3㎡당 평균 1억원 이상에 매매된 아파트 단지는 52곳(중복 아파트 제외)으로 조사됐다.
이는 서울에서 3.3㎡당 1억원 이상에 팔린 아파트 단지가 연간 최다였던 지난해 수치(45곳)를 넘어선 것이다. 2018년(19곳)과 비교하면 2.7배 더 늘었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팀장은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다주택자들이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거 선호도가 높은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면서 “지난 7월 전후로 강남권 아파트 단지에서 신고가를 경신하는 사례가 부쩍 늘면서 3.3㎡당 1억원이 넘는 곳이 속출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실거주 2년 의무화라는 정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압구정동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는 점도 강남권 고가 아파트의 가격 상승 요인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서울 시내 아파트의 매매가격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재건축 아파트 상승폭은 그보다 더 높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9월 넷째주 서울 일반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3% 올라 직전 주(0.04%)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반면 재건축 아파트가 0.06% 상승하며 평균 상승률을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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