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vs “더 봐야” 발표시기엔 이견
“정부 정책 조급증, 시장 혼란 가속화”
세금, 대출, 규제 방법 마땅치 않아
공급이 정답인데, 즉각적인 실행 어려워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부와 여당이 전세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 대책을 내놓기로 한 가운데 가뜩이나 규제로 꼬인 시장이 더 꼬이진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당장 ‘전셋값 안정’에 초점을 두고 새 임대차법처럼 급격한 변화나 부작용이 예상되는 방안까지 몽땅 끌어온다면, 시장 왜곡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공급이나 금리, 세제 등을 두루 살펴봐도 전세대란을 해결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가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한다고 봤다.
서울 목동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21일 경제상황 점검회의를 통해 전세시장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부동산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여러 데이터를 점검한 뒤 내주에 관련된 내용을 대책 차원에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당이 직접 전월세 대책을 거론하고 나선 건 새 임대차법이 지난 7월 말 도입된 이후에도 전셋값 상승과 전세 품귀현상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 기준으로 서울과 수도권의 전셋값은 각각 68주, 62주 연속 올라 역대 최장기간 상승을 나타냈다.
여기에 홍 부총리가 내년 1월 전세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고 통보해 계약 갱신을 거부당하면서 전세난 논란은 더 확대됐다.
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홍 부총리와 김 장관은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대책 마련을 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했다고 한다. 다만, 대책 발표 시기를 두고서는 차이를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홍 부총리는 조만간 대책 발표 가능성을 내비친 반면 김 장관은 좀 더 상황을 지켜보자는 데 무게를 뒀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 16일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전세대책 발표 가능성에 대해 “일단 시장 상황을 좀 더 보겠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김 장관은 또 전셋값 안정기를 ‘내년 초 이후’로 내다본 바 있는데, 그전에 대책을 내놓는 건 일찌감치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복잡한 상황이다.
정부가 일단 ‘대책’을 거론하고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해결책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당장 전세난을 타개하려면 즉각적인 공급이 이뤄져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내년부터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입주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있다. 정부는 최근 전세난의 가장 큰 원인을 ‘저금리’에서 찾았는데, 그렇다고 부동산 문제만 보고 갑자기 금리를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진퇴양난에 처한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그렇게 간단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공급기반 확대가 근본적인 방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변세일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빈집을 사들여 매입임대를 늘리거나, 비주택을 주택으로 전환해 공급하는 것 등이 현실적인 방안으로 보인다”며 “다만, 대부분 아파트를 선호하는 탓에 당장 물량이 뒷받침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전세대출을 조이는 것은 가뜩이나 전셋값이 뛴 상황에서 실수요자에게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전세시장에는 가수요가 없다는 점을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 전세 수요를 분산하기 위한 월세 세액공제 혜택 확대는 보조적인 수단 정도로 거론된다.
지자체가 적정 전·월세가격을 정하는 표준임대료나 신규계약 전월세상한제 적용도 언급되지만, 이는 시장가격 왜곡이나 매물감소 등의 부작용이 예상되는 방안이다. 김 장관 역시 최근 국감에서 “(신규계약에 전월세상한제를 적용하는) 그 문제는 임대차3법을 논의할 때 의원 쪽에서 문제 제기를 했었는데, 지금 다시 하기에는 여러 가지 검토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부의 ‘정책 조급증’이 혼란을 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시장이 적응할 기간도 주지 않고 대책을 쏟아내면서 혼란이 커지는 모습”이라며 “이번 대책 역시 내놓는다는 것에 그친다면 꼬인 시장이 더 꼬이기만 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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