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호화 요트 ‘그레이스풀(Graceful)’의 모습. 국제 해커집단 ‘어나니머스(Anonymous)’가 이 요트에 대한 해킹 공격을 감행, 배 이름을 ‘푸틴 개XX(FCKPTN)’으로 바꾼 모습. [더선]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국제 해커집단 ‘어나니머스(Anonymous)’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을 명령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한 해킹 공격을 감행했다.
28일(현지시간) 더선·인디펜던트 등 영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어나니머스 조직원 중 일부가 푸틴 대통령 소유의 호화 요트 ‘그레이스풀(Graceful)’의 시스템에 침입, 해킹 공세를 퍼부었다.
선박 위치를 추적하는 자동식별시스템에 침입한 이들은 배 이름을 ‘푸틴 개XX(FCKPTN)’으로 바꾸고, 배가 독일 함부르크에서 2월 7일 출발해 4월 1일 ‘지옥(HELL)’에 도착하는 것으로 운항 정보도 바꿨다.
또, 선박의 현재 위치를 우크라이나 남부 흑해에 위치한 ‘스네이크섬’으로 표기했다.
스네이크섬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초기 이 섬에 주둔 중이던 우크라이나 국경 수비대가 러시아 측의 항복 제의에 “러시아 전함 꺼져라(Russian warship, go XXXX yourself)”라고 응답하고 항전한 곳이다.
미 CNN 방송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해군 관계자는 “스네이크섬에 주둔한 군인들이 러시아군의 공격을 두 차례 격퇴했으나 결국 탄약 부족으로 투항할 수밖에 없었다”며 수비대원들이 건강한 상태로 살아있다고 밝혔다.
앞서 스네이크섬의 수비대원들 모두 사망했다는 추정설이 돌았다.
이번에 해킹 공격을 받은 푸틴의 호화 요트 그레이스풀은 ‘푸틴의 요트’로 불리며, 가격은 1억달러(약 1200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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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요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선언 전 독일 함부르크 항구를 떠났으며, 현재 발트해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일간지 빌트(Wild)는 “서방에 선박이 억류될 것을 우려한 탈출”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 24일 어나니머스 관련 계정은 트위터에 “어나니머스 집단은 러시아 정부에 대항해 공식적으로 사이버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러시아인을 겨냥하는 것이 아닌, 전적으로 러시아 정부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행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 선언 이후 어나니머스는 러시아를 겨냥한 잇따른 사이버 공격 배후를 자처하며 대외적으로 알리고 있다.
선전포고 다음 날 어나니머스는 러시아 국방부의 데이터베이스(DB)를 해킹했다고 주장했다. 관계자 개인정보가 담긴 파일을 트위터에 공개하기도 했다. 다만 러시아 국방부는 해킹 사실은 가짜뉴스라며 부인했다.
26일에는 정부 웹사이트와 러시아 관영 언론에 대한 디도스 공격이 일어났는데 어나니머스는 자신들이 공격 주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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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공격을 받은 러시아 국영매체 러시아투데이(RT)는 공개적으로 어나니머스를 지목했다.
RT 대변인은 “어나니머스의 선언 이후 RT 웹사이트는 주로 미국에 기반을 둔 1억개 기기를 통한 대규모 디도스 공격의 표적이 됐다”고 밝혔다.
과거 어나니머스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사이언톨로지교, 이슬람국가(IS) 등을 겨냥해 공격을 수행한 전력이 있다.
2010년대 초반엔 미국에서 상당수 요원이 체포되며 조직이 휘청거렸으나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다시 활발해졌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어나니머스 전직 요원은 해당 집단의 주된 원칙이 ‘억압 반대’라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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