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예프 TV 타워 공격…나치 유대인 학살 추모 시설도 일부 파손
러 국방장관 “목표 달성까지 작전 계속”…키예프 진군 軍 장비 대열 65㎞ 이르러
우크라 “푸틴 개인적 분노로 무고한 시민 살해”
ICJ, 7~8일 집단학살 공개 청문회…UNHCR “난민 67만7000명 이상”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서북부에 위치한 TV 방송 타워가 러시아군의 공격에 폭발하고 있다. 이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인 5명이 숨지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대표적 유대인 학살 사건인 ‘바비 야르’ 계곡 총살 사건 희생자들의 추모 시설 일부가 파괴됐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면 침공이 엿새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하리코프와 수도 키예프, 남부 도시 헤르손 등에 대한 집중 공격을 이어갔다.
러시아군의 공격이 갈수록 잔혹해지면서 민간인 피해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이다. 우크라이나군의 항전에 부딪혀 주요 도시 가운데 아직 한 곳도 확실히 점령치 못하자 민간인 주거지도 가리지 않고 무차별 폭격에 나서면서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롯한 우크라이나 주요 인사들은 러시아가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호소했고,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세계가 러시아를 막는데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주요 도시서 민간인 피해 급증…“무제한戰으로 변모, 대량 살상 일어날 것”=1일(현지시간) 로이터·AP 통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전날부터 러시아군의 공격이 격렬해진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리코프에선 이날도 주정부 청사와 중앙광장, 다른 민간시설 등이 다연장포와 순항미사일 등의 공격을 받았다.
1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부서진 차량과 건물 잔해들이 흩어져 있는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프 도심의 모습. [로이터] |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이날 러시아군의 하리코프 주거지역 포격으로 8명이 숨졌고, 주정부 청사 포격에서도 10명이 숨지고 10명은 건물 잔해에서 구조됐다고 외신에 전했다. 또, 러시아군이 사람들이 붐비는 하리코프 도심의 중앙광장에도 포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수도 키예프에 대한 공격도 계속됐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이날 러시아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대표적 유대인 학살 사건인 ‘바비 야르’ 계곡 총살 사건 희생자들의 추모 시설 인근에 있는 키예프 서북쪽 방송 타워를 공격하는 야만성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날 TV 타워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인 5명이 숨지고 추모시설 일부가 파괴됐다.
[유튜브 'The Sun' 채널 캡처] |
남부 도시 헤르손으로도 러시아군이 진입, 시가전이 펼쳐졌으나 우크라이나군이 여전히 시청을 통제하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내무부가 밝혔다.
예상보다 지지부진한 전황에 러시아군이 군사시설과 민간시설을 가리지 않고 더 격렬한 무차별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튜브 'The Telegraph' 채널 캡처] |
세르게이 쇼이구 러 국방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무장해제와 우크라이나를 통치 중인 신(新)나치주의자들을 생포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명령한 군사작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키예프를 겨냥한 러시아의 장갑차·탱크·화포 행렬은 도심에서 25㎞ 떨어진 곳까지 접근했으며, 북쪽에서 키예프 방향으로 진군하는 군사 장비의 대열이 무려 65㎞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1일 오전 11시(미 동부 시간) 현재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향해 진군 중인 러시아군의 장갑차·탱크·화포 행렬 모습이 담긴 위성사진의 모습. 이 행렬은 키예프 북쪽으로 25㎞ 떨어진 곳까지 접근했으며, 진군하는 군사 장비의 대열이 무려 65㎞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AP] |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마티외 불레그 러시아 전문가는 “현재 러시아의 공격은 2단계로, 더 잔인하고 제한 없는 전쟁으로 변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항전 의지가 강한 만큼 치열한 시가전이 불가피하고, 이로 인해 민간인 대량 살상이 발생하는 등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푸틴 개인적 분노로 무고한 시민 살해”…난민 67만7000명 이상 발생=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동영상 연설에서 “하리코프에 대한 공격은 전쟁범죄다. 이는 러시아의 국가 테러리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푸틴의 개인적 분노 때문에 러시아가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무고한 시민을 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몰도바 국경 도시 팔란카 부근 검문소에서 한 우크라이나 여성 노인과 여아가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모습. 유엔난민기구(UNHCR)는 같은 날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67만7000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AFP] |
러시아는 즉각 반박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정보기관에 의해 러시아군의 작전에 대한 가짜뉴스가 생성됐으며, 서방 친화적인 SNS가 이를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제사회도 우크라이나 내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자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이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집단학살 주장과 관련한 공개 청문회를 오는 7~8일 개최할 계획이라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으로 발생한 우크라이나 난민의 주변국 유입 현황. [CNN] |
또, 유엔난민기구(UNHCR)는 같은 날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67만7000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필리포 그랜디 UNHCR 고등판무관은 “이번 사태가 금세기 유럽 최대 난민 위기로 비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