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사망 발생사실만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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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러시아의 전면 침공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이 거센 가운데, 러시아군의 실제 전사자 규모를 놓고 추정치가 엇갈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정확한 집계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과거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체첸 전쟁 등에서 많은 전사자가 발생하며 극심한 국내 여론 악화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러시아군 전사자의 수가 늘어나면 푸틴 대통령이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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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은 자국민에게 동부 분쟁지역에 한해 제한적인 군사작전을 진행 중이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사망자 수가 계속 늘어나게 되면 그 이유를 설명하는 데 매우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아직 러시아군 전사자가 얼마나 되는지 공식적인 집계가 나오지 않는다.
주요 우크라이나 도시는 지금까지 러시아군의 맹공격에도 통제권을 내주지 않고 버티고 있다.
미 정부는 하리코프의 경우 하루 만에 함락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사나운 로켓 공격에도 반격에 성공해 도시를 되찾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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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코프 주변에는 길바닥에 널브러진 러시아군의 시체와 불타는 탱크, 장갑차 등의 모습이 어렵지 않게 목격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일부 러시아군은 무기를 버린 채 싸우길 거부하고 있다고 NYT에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 이코르 코나셴코는 지난달 27일에야 “다치고 사망한 병사가 있다”고만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우크라이나군 전사자는 훨씬 많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지금까지 5300명 이상의 러시아군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양쪽의 주장은 입증되지 않고 미 정부도 전사자 정보를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28일까지 러시아군 2000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했고, 유럽 국가 두 명의 관리도 이를 확인했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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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의회에 대한 비공개 브리핑에서 교전 닷새 동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사자는 똑같이 1500명씩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역시 인공위성 사진 분석과 통신감청, SNS에 올라오는 사진과 보도 등을 토대로 추정한 것이다.
하지만 미군이 20년간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벌이면서 발생한 전사자는 2500명 수준이었다고 NYT는 전했다.
아직 확실한 전사자 수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이를 단순 비교하면 러시아군의 전사자는 많아도 너무 많다는 것이다.
한 군사 전문가는 “러시아가 최전방 인근에 야전 병원을 지었으며 앰뷸런스가 벨라루스의 병원으로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다”고 말했다.
불어나는 전사자 수는 푸틴 대통령의 지지도에 손상을 가할 수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러시아인들에게 오랜 전쟁과 그로 인해 발생한 전사자에 대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군 어머니들은 아프가니스탄 침공 때 1만5000명이 죽었고 체첸 공격 때는 수천명이 목숨을 잃은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고 미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은 “많은 보도에서 러시아군이 4000명 이상 죽은 것으로 알려진 것을 보면 매우 극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러시아군의 손실이 크다면 푸틴 대통령은 자국민에게 이번 전쟁을 설명하는 게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러시아군이 전사자들을 내버려 둔 채 퇴각한 사실은 놀라운 점이라고 국방부 관리들은 지적한다.
오바마 행정부 국방부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를 담당했던 에블린 파르카스는 “러시아군이 쓰러진 그들의 형제를 전장에 버려둔 채 떠났다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결국 러시아의 어머니들은 ‘우리 유리는 어디 있나’, ‘막심은 어디에 있나’라고 묻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우크라이나는 이를 이용한 심리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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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달 27일부터 러시아인들이 전사자나 생포된 부상자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www.200rf.com)를 가동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는 다친 러시아군 포로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이 24시간 올라오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 이름인 200rf는 옛 소련이 전장에서 후송한 전사자 시신의 군 코드인 ‘카고 200’을 빗댄 것이다.
이 사이트 운영은 러시아의 기만전에 대응하는 의미도 있다. 러시아는 전쟁 직전까지 우크라이나 주변에 병력을 배치한 것에 대해 단순한 군사 훈련 때문이라고 주장해 왔다.
세르게이 끼슬리쨔 주(駐)유엔 우크라이나 대사는 지난달 28일 유엔에서 전사한 러시아 병사가 그의 어머니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입수했다며 공개했다.
이 병사는 어머니에게 “우리는 여기에서 환영받을 거라고 했어요. 하지만 그들은 우리를 막으려 장갑차 밑으로 몸을 던져요. 우리를 보고 파시스트라고 해요. 어머니, 너무 힘들어요”라고 말했다고 끼슬리쨔 대사는 전했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문자 메시지 공개는 그동안 러시아 정부가 숨기려 한 군사적 손실이 조명되는 데 러시아 어머니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푸틴 대통령에게 대놓고 환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역사학자인 줄리 엘크너는 실제로 ‘러시아 군인 어머니 위원회 연합’이라고 불리는 단체가 러시아군이 대중의 감시를 받게 한 결정적인 역할을 해 왔다고 그의 저서 ‘포스트 소련 사회의 권력기관’에서 썼다.
러시아군 전사자를 담은 바디백과 관, 전장에 방치된 시신 등의 모습은 푸틴 대통령의 국내 정치에 치명타를 안길 것이라고 미 행정부 관계자는 NYT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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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정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시아군의 피해 상황을 전파하며 군의 사기를 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러시아 장병들에게 항복하면 사면과 함께 포상금을 주겠다고 제의하기도 했다.
그는 “러시아 병사들이여! 당신들은 그저 죽이고 죽기 위해 우리 땅에 들어왔다. 무기를 내려놓으면 500만루블(5400만원)과 완전한 사면권을 주겠다. 그렇지 않는 자에겐 자비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