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정보당국 “러, 우크라이나 내 인구밀집 지역 겨냥해 공격 수위 높여”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위치한 한 학교가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무너져 내린 모습. [프랑스24 유튜브 캡처] |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2일째를 맞은 가운데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7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올하 스테파니쉬나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전날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병원과 유치원, 학교마저 무차별로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한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작전으로 국면을 전환하려 한다는 것이 스테파니쉬나 부총리의 주장이다.
그는 “(러시아군은) 병원과 유치원으로 쓰이던 집, 학교, 일반 주택 등에 포격을 가했다”면서 “이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우크라이나 각지에선 민간인 피해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6일 수도 키이우에서 25㎞ 떨어진 소도시 이르핀에선 피란하던 주민 행렬에 러시아군이 발사한 박격포탄이 떨어져 어머니와 어린 자녀 두 명이 목숨을 잃는 일이 벌어졌다.
올렉산데르 마르쿠신 이르핀 시장은 이들 가족을 포함해 최소 8명의 이르핀 주민이 이날 러시아군이 강행한 무차별 포격에 사망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포위 공격으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선 이틀 연속으로 주민 대피가 무산됐다.
이 도시에는 닷새째 상수도와 전력이 공급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 3일 2차 평화회담을 하고 마리우폴 등에서 민간인을 대피시키기 위한 안전통로 개설에 합의했고, 5일과 6일 두 차례에 걸쳐 임시 휴전을 하고 민간인을 대피시키겠다고 밝혔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마리우폴 시의회는 러시아군이 포격을 가해 대피가 실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6일 우크라이나 의료시설에 대한 여러 건의 공격을 확인했다면서 이로 인해 “다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영국 정보당국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각지의 ‘인구밀집 지역’을 겨냥해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면서 “앞서 러시아군은 1999년 체첸과 2016년 시리아에서도 유사한 전술을 사용했다”고 분석했다.
6일 유엔 인권사무소는 개전 후 현재까지 발생한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망자의 수를 364명으로 집계했으나, 파악되지 않은 사례를 포함하면 실제 인명피해는 이보다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난민의 수도 급격히 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6일까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주변국으로 피난한 주민의 수가 150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는 민간인을 겨냥한 공격을 전면 부인하면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신나치주의 세력’으로부터 러시아계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특별 군사작전을 수행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스테파니쉬나 부총리는 “(민간인을 공격하는) 러시아 연방의 테러적 계획 실행의 또 다른 공세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러시아군이 엄청난 인명 손실을 봤지만 그 때문에 그들의 공격성이 더욱 커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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