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나 젤렌스카 텔레그램]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러시아의 전면 침공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영부인이 전세계 언론에 보낸 공개 서한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자행하고 있는 민간인 학살에 대해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는 8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텔레그램에 게시한 공개 서한에서 “러시아 크렘린의 지원을 받는 (러시아) 선전 매체들이 (푸틴 대통령이 명령한 침공을) ‘특별 군사 작전’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실상은 우크라이나 민간인에 대한 대량 학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젤렌스카 여사는 “러시아가 자신들은 민간인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럴 때마다 러시아군에 살해된 아이들의 이름을 부른다”며 전쟁에서 아이들이 희생된 실례에 대해 열거했다.
그는 “할아버지가 그녀를 보호하려 했지만 8세 앨리스 양은 죽음을 피할 수 없었고,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인해 키이우(키예프)에 살던 폴리나 양은 부모님과 함께 세상을 떠났다”며 “14세 아르세니 양은 붕괴된 건물의 잔해에 머리를 맞았지만, 극심한 화재로 제때 구급차가 도착하지 못해 결국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젤렌스카 여사는 러시아군의 무차별적 공격이 거세지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항전을 이어갈 것이란 점도 강조했다.
젤렌스카 여사는 “침략자 푸틴은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애국심과 단결력을 과소평가했다”며 “모든 공포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젤렌스카 여사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을 향해 전 세계에서 쏟아진 각종 지원에 대해서도 감사함을 나타냈다.
아래는 젤렌스카 여사가 전세계 언론에 보낸 공개 서한 전문이다.
최근 전세계 각국 수많은 매체들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고 있습니다.
이 편지는 인터뷰 요청에 대한 저의 답변이자,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한 생생한 제 증언입니다.
최근 우크라이나에 일어난 일은 믿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나라는 평화로웠습니다. 우리의 도시, 마을, 마을은 생동감이 넘쳤고요. 2월 24일, 우리 모두는 러시아의 침공 발표에 잠에서 깼습니다. 탱크들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었고, 비행기들이 우리 영공에 진입했고, 미사일 발사대가 우리 도시를 포위했습니다.
크렘린의 지원을 받는 선전 매체들의 ‘특별 작전’이라 말하고 있지만, 사실상 우크라이나 시민들에 대한 대량 학살입니다.
아마도 이번 침공에서 벌어진 가장 무섭고 파괴적인 현실은 바로 수많은 어린이 사상자일 것입니다.
8세 앨리스는 할아버지가 그녀를 보호하려 했지만, 결국 옥티르카 거리에서 공격을 받고 죽었습니다.
폴리나는 키이우에서 부모와 함께 포격으로 사망했고, 아세니(14)는 잔해에 머리를 맞아 중상을 입었지만 구급차가 화재 때문에 제때 도착하지 못해 구조할 수 없었습니다.
러시아가 자신들은 ‘민간인과 전쟁을 하지 않는다’고 말할 때, 저는 러시아의 공격에 살해된 아이들의 이름을 부릅니다.
지금 우크라이나 여성과 아이들은 방공호와 지하실에서 살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아마 키이우와 하르키우 지하철역 등에서 찍힌 사진들을 봤을 것입니다. 지하철역에서는 사람들이 자녀, 애완동물과 함께 바닥에 누워서 잠을 청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전쟁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는 끔찍한 현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도시에서는 민간 인프라에 대한 러시아의 무차별적이고 고의적인 폭격과 포격으로 인해 수많은 민간인들이 며칠 연속 방공호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쟁 중 태어난 갓난아기는 세상의 첫 장면으로 지하실의 콘크리트 천장을 보았고, 그들의 첫 호흡은 지하의 매서운 공기였고, 그들은 공포에 질린 채 방공호에 함께 갖혀있던 시민들의 환영을 받았습니다. 평화가 무엇인지 모르게 된 간난아기들이 수십 명에 이릅니다.
민간인에게 이 전쟁의 피해는 단순히 포격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은 집중 치료와 지속적인 치료를 필요로 하는데, 지금은 받을 수 없습니다. 지하실에서 인슐린 주사를 놓는 것이 가능할까요? 집중포화 속에서 천식 약을 제때 챙겨먹을 수 있을까요? 화학 치료와 방사선 치료가 필수적인 수천명의 암 환자들은 또 어떡할까요.
소셜미디어(SNS)는 지금 절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노인, 중증질환자, 장애인 등 많은 이들이 가족과 멀리 떨어져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죠. 이 무고한 사람들에 대한 전쟁은 분명 범죄입니다.
우리의 도로는 피난민들로 넘쳐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삶을 뒤로하고 떠나는 아픔과 마음의 아픔을 안고 가는 이 지친 여성과 아이들의 눈을 한번 바라보세요. 그들을 국경으로 데려온 남성들은 눈물을 흘리며 가족들을 떠나 보낸 뒤 용감하게 돌아와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결국, 이 모든 공포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인들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침략자인 푸틴은 우크라이나에 전격적인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우리 나라, 우리 국민, 그리고 그들의 애국심을 과소평가했습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정치적 견해, 모국어, 신념, 국적에 상관없이 비할 바 없이 단결돼 있습니다.
크렘린 선전가들은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군이 진군하는 곳에 꽃을 놓으며 환영할 것이라고 착각했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저항을 상징하는 화염병이었습니다.
저는 러시아의 공격 속에서도 서로를 도운 우크라이나 시민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약국, 상점, 대중교통,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계속 일하는 사람들은 우크라이나인들의 삶이 승리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저는 우리 국민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전세계 여러분의 지속적인 지원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우리의 여성들과 아이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기 위해 관대하게 국경을 개방한 이웃들에게, 침략자가 그렇게 할 수 없게 만들었는데도 그들을 안전하게 지켜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