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전 숨막혀”…핀란드行 63%↑ 대중교통 증편 검토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출발한 열차가 9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역에 들어서고 있다. [알자지라 유튜브채널]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압정(壓政)을 피해 정치적 자유를 찾아 이웃 핀란드로 피신하는 러시아인들이 늘고 있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알자지라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정치적 자유를 찾아 열흘 사이 열차를 이용해 핀란드로 입국한 러시아인이 5000명에 이른다. 하루평균 500명꼴로 모국을 등지고 핀란드를 택한 것이다.
핀란드 국경수비대에 따르면 지난달 핀란드로 입경한 러시아인은 약 4만4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2만7000명보다 63% 증가했다.
핀란드로 유입이 늘어난 건 유럽 영공에서 러시아 항공사의 비행이 금지되는 등 러시아와 유럽 간 하늘길이 닫혔기 때문이다.
중립국인 핀란드와는 직통열차와 버스편이 아직 운행 중이다. 핀란드 헬싱키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잇는 열차와 버스표는 이미 매진되면서 당국은 증편계획을 세웠다.
핀란드 헬싱키역. [알자지라 유튜브채널] |
이 밖에 터키, 조지아, 아르메니아처럼 러시아 국민에 대한 비자 규정이 느슨한 국가로 가는 사람도 많다고 WSJ는 전했다.
조지아 당국은 최근 며칠 사이에 입국한 러시아인을 2만∼2만5000명으로 집계했다. 이스라엘도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인에게 발급한 비자가 1400건이라고 밝혔다.
또한 WSJ는 탈(脫)러시아 추세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탈출행렬 최전선에는 부유한 러시아인, 전문직, 언론계, 문화계 인사 등 엘리트층이 있으며, 이런 추세가 심화하면 인재 유출도 우려된다.
미국계 회사에 다니던 36세 여성은 그리스로 향했다. 이 여성은 WSJ에 “앞날이 이 지경이라면 러시아에서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로 떠나려 한다는 한 남성은 “전쟁 선전전에 숨이 막힌다”고 규탄했고, 전쟁 반대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됐던 여성은 풀려나자마자 짐을 싸서 아르메니아행 비행기에 올랐다.
인테르팍스통신은 이날 러시아여행협회 집계 결과, 지난 2월 28일부터 3월 6일까지 한 주 동안 해외여행 매출은 직전 한 주에 비해 70% 가까이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간 러시아인이 가장 많이 간 곳은 소치였으며, 이어 이집트, 터키, 아랍에미리트 순이었다.
이 협회는 “현재의 국제 정세와 달러 및 유로 환율 상승을 고려할 때 당분간 해외여행은 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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