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국방부 “美 국방부, 야생 조류 활용해 바이러스 퍼뜨리려 해”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방부 대변인이 10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생화학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우크라이나에서 대량살상무기인 생화학무기가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논란이 번지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개발설을 주장하지만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거짓정보를 뿌려 향후 사용을 위해 정지작업을 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화학무기 이번 파문은 지난 6일(현지시간)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의 주장이 시발점이다.
당시 그는 우크라이나 하르키우(하리코프) 등 2개 도시에 있는 실험실에서 비밀리에 진행한 생물 시험을 미 국방부가 지원했다는 내용을 담은 문서를 러시아 특수부대가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어로 된 관련 문서 사본도 공개했지만 진위는 확인할 수 없다.
러시아 국방부는 10일 미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이동하는 야생 조류를 활용해 질병을 퍼뜨리도록 하는 연구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재차 비판했다.
이어 “(미국)지원을 받아 우크라이나에 세워진 생물학연구소에서 박쥐 코로나바이러스 샘플을 활용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이 아프리카돼지열병 및 탄저병 관련 연구뿐만 아니라 조류, 파충류, 박쥐 등에 영향을 주는 병원균에 대한 연구를 올해 우크라이나에서 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최근 터키에서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등과 회담을 하며 의혹을 거론했다.
러시아는 생화학무기 개발설을 들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소집을 요구했으며, 회의는 11일 열릴 예정이다.
최근 러시아와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도 러시아가 제기한 의혹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서방은 러시아의 의혹 제기 저의를 분석할 때 우크라이나에서 실제로 생화학무기가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쏟아낸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공격 효과를 높이기 위해 화학무기 사용을 검토하고 있으며 구실을 만들려고 허위정보를 뿌린다는 주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은 러시아군이 속전속결로 끝날 것 같았던 침공이 예상치 못한 저항에 부딪히며 장기화해 속을 태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제기한 생화학무기 개발 의혹은 그런 난국을 해결하려고 비재래식 무기에 손대기 위한 포석이라는 서방 관리들의 분석을 전했다.
미국은 “국방부와 국방위협감소기구(DTRA) 등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감염병 발생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세균전 지원 의혹을 일축했다.
이와 별도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제어하는 데 도움을 줬던 이동식 실험실 4곳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주재 미 대사관에 따르면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있는 일부 실험실의 생물안전성 수준을 ‘BSL-2’ 단계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에도 도움을 줬다.
해당 수준의 실험실에서는 포도상구균을 유발하는 박테리아 등처럼 특별히 위험하지 않은 질병 샘플을 다룬다고 WSJ은 보도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는 에볼라 바이러스와 같은 전염성이 강하고 가장 위험한 병원균을 연구하는 ‘BSL-4’ 단계 실험실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브릴 헤인즈 미 국가정보 국장은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생화학 및 핵무기를 추구한다고 믿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공격적인 무기보다 생물방어와 공중보건 대응에 초점을 맞춘 우크라이나 실험실 10여 곳의 운영을 지원했다”고 덧붙였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도 “미국은 화학무기협약과 생물무기협약을 준수하고 있으며 어디에서도 이런 무기를 개발하거나 소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서방 정부는 미국을 겨냥한 러시아의 주장 때문에 생화학무기를 둘러싼 우려가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고위 관리는 “우크라이나에서 고전하는 러시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할 근거를 마련하고 있는 것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사전에 계획된, 정당성 없는 공격을 정상화하기 위한 명백한 술책”이라고 주장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지금 듣고 있는 화학무기에 관한 이야기는 (화학무기를 쓰려는) 러시아의 각본에서 나온 것”이라고 거들었다.
서방은 러시아의 후원을 받는 시리아 정부가 자국 내전에서 반군 지역에 17차례 화학무기를 사용한 정황을 들어 우려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yooh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