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레닌그라드 공방전에서 살아남은 87세 마가리타 모로조바씨. 그는 러시아 출생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우크라이나 하르키우로 와 60년 간 이곳에서 살았다. [로이터통신 유튜브 캡처] |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제2차 세계대전 레닌그라드 공방전에서 살아남은 할머니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끝나기를 바란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 거주 중인 87세인 마가리타 모로조바씨와 인터뷰를 해 끔찍한 전쟁을 인생에서 두 번이나 겪어야 하는 그의 이야기를 전했다.
러시아 출생인 그는 “노년에 새로운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레닌그라드 공방전때와 같은 학살이 반복될 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모로조바씨는 1941년 독일군이 구소련 도시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포위할 무렵 7살 아이였다. 독일군은 레닌그라드를 완전 포위했고, 1944년이 돼서야 소련군의 공격으로 봉쇄가 끝났다. 봉쇄기간 동안에는 약 150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와 대피하는 중 항구에서 배를 놓친 장면과 나치군의 폭격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전쟁이 끝난 후 그는 하르키우로 이사를 했으며, 지난 60년간 이곳에서 터를 잡았다.
그는 “러시아군이 하르키우에 공습을 시작하면 사이렌이 울리고, 우리는 복도로 가 폭격을 피해 숨는다”며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를 보호할지 모르겠다. 젊은이가 죽고 아름다운 건물이 무너지는 것이 끔찍하다”고 말했다.
하르키우는 이미 러시아군의 공습을 여러 차례 받은 바 있는 곳이다.
모로조바씨는 “전쟁이 끝나기를 원하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평화롭게 떠나기를 바란다”며 양국 모두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 국민에게도 재앙이다. 아무 이유 없이 군인이 죽어가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인은 우호적인 사람들이고 러시아와 문화와 언어를 공유한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눈물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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